그가 말하는 ‘파괴적 혁신’은 선두 기업이 기존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며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존속적 혁신’에 집중하는 사이에, 경쟁자들은 질적으로 다른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틈새시장을 잠식해 선두 업체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는 저서 ‘미래 기업의 조건’ ‘성장과 혁신’ 등을 통해 이 이론을 주장해 왔다.
그는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 과거 일본의 도요타, 현재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성공을 들었다. 이들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자동차보다 가격이 낮고 품질이 떨어지는 ‘파괴적 시장’에 진출해 해당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고 이후 품질을 향상시켜 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를 신문 시장에 대입해 “인터넷과 무료 신문의 등장으로 나타나는 파괴적 혁신은 기존 신문사들에 위협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이라며 “이를 위해 편리하고 저렴하며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 등을 직접 거명하며 국내 주류 신문사들이 △자유롭게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세우고 △이용자가 원하는 신문의 기능을 파악한 뒤 콘텐츠를 세분화해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며 △신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는 메트로에 대응하기 위해 무료 신문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기존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스의 한 신문사도 히스패닉을 위한 스페인어 신문을 발간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용자들이 원하는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신문 시장을 나눌 것을 제안하면서 신문의 기능으로 생산적으로 시간 보내기, 정보 습득, 긴장 풀기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생산적으로 시간 보내기’라는 기능으로 보면 기존 신문의 경쟁자는 무가지도 있지만 넓게는 아이팟이나 휴대전화 등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을 보지 않는 젊은 층을 확보하기 위해 신문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디즈니월드가 10대 자녀를 둔 부모를 유치하기 위해 롤러코스터 등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갖췄지만 오히려 가족과 단란한 경험을 원하는 기존 주요 고객을 잃었다”며 “신문이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승산이 적으며 신문의 본연의 임무인 정보 전달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중에는 기존 엔터테인먼트에 불만이 많으므로 단순히 오락 정보보다 엔터테인먼트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등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응용과학회사인 CPS 코퍼레이션 회장 등을 지냈으며 1971년부터 2년간 한국(강원도 춘천)에서 선교사로 일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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