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직 사진기자 야에가시 노부유키(63) 씨와 그의 아내이자 한센인 문제 전문 자유기고가인 무라카미 아야코(62) 씨가 고발한 사진에는 한센인의 고통과 외로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한센인은 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나병 예방법’이란 미명하에 한센인들을 외딴 섬에 격리 방치했다. 야에가시 씨 부부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빛복지협회 주최 ‘한국 일본 대만 3국 한센인 인권 심포지엄’에 초청돼 로비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야에가시 씨는 1996년 아사히신문 사진기자 시절 주간지 아에라에 한센인 특집을 취재하면서 그들이 처한 현실과 인권 유린 실상을 접한 뒤 계속 이 주제에 천착해 왔다.
“그들이 처한 현실과 그동안 겪어 온 인권 유린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들의 존재를 기록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앞으로 이런 인권 유린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진가의 의무라고 생각해 시작했습니다.”
그는 2003년 퇴직한 후에도 부인과 함께 줄곧 한국 소록도와 대만 러성위안(樂生院), 일본 다마젠쇼엔(多磨全生院) 등을 찾아다니며 취재를 계속했고 지난해에는 ‘인연-나병 예방법의 상흔’이라는 사진집도 냈다.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 당시 한국의 한센인들은 일본의 환자들보다 더 혹독한 고문과 시련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역사는 아직도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이들에 대해 관심을 더 가져 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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