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자인 김성도 고려대 교수는 최근 ‘기호, 리듬, 우주’(인간사랑)란 책에서 ‘요리, 리듬, 우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런 작업을 시도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음식의 기본 구조는 밥, 국, 김치, 반찬이라는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반찬 중에서 김치를 별도로 구성한 것은 김치가 그만큼 독자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음식의 4원 구조는 각각 독자적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하나로 어울려야 제 맛을 내는 형태다.
이는 서양음식과의 비교를 통해 뚜렷해진다. 서양음식은 전채-수프-샐러드-본식-후식이라는 직선적 순서에 따라 개별적 요리를 독립적으로 맛본다는 점에서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통시태적 특징을 지닌다. 반면 한국음식은 4원 요소는 물론이고 과일 같은 후식까지 한 상에 올려놓는 병렬구조를 지녔다는 점에서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상태에서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시태적 특징을 지닌다. 또한 서양음식은 코스별 개별요리를 별도로 맛보는 모노톤의 독자성을 강조하지만 한국음식은 4원적 요소를 한꺼번에 맛본다는 점에서 다성(多聲)적이다.
관계론적이고 융합적인 한국음식의 특징은 요리에서도 확인된다. 서양요리가 기본적으로 칼과 포크로 음식물을 잘라내는 불연속성의 배타적 방식에 기초한다면 한국요리를 대표하는 보쌈과 비빔밥은 다수의 음식물을 한번에 먹는다는 점에서 연속성과 다의성을 중시한다.
김 교수는 또 서양요리의 체계가 날 것(자연)과 익힌 것(문화)이라는 이항대립으로 이뤄졌다면 한국요리는 여기에 그를 초월하면서도 융합한 삭힌 것(발효음식)이라는 제3항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에도 주목했다. 이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에서 오는 통합의 맛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흰자와 노른자라는 2개의 색깔로 구성되는 계란에 다른 3가지 색을 더해 오색을 빚어내는 고명처럼, 또 흙에서 나온 쌀에다 물과 불, 나무땔감과 쇠솥의 화합으로 밥을 짓는 것처럼 음양오행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을 한국음식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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