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1975→2006 시대별 ‘흔한 이름’ 살펴보니…

  • 입력 2007년 3월 20일 19시 13분


'영수(1945년)→ 정훈(1975년)→민준(2006년).'

1945년 해방 이후 한 세대(30년)를 지날 때마다 가장 많이 지어진 남자 이름이다. 가장 흔한 여자 이름은 같은 시점에 '영자→미영→서연'으로 바뀌어 왔다.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이름은 특정 세대에서 선호했던 것이 다음 세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20일 대법원에 따르면 '해방둥이' 남자 이름에는 영수, 영호, 영식 등 '길 영(永)'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위 5개 이름 중 4개에 '영'자가 들어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말기에 전쟁과 질병 등으로 남성의 평균 수명이 40세가 채 되지 않던 시대 상황 때문. 성명학자들은 "아들이 장수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속성장시대인 1975년에는 정훈, 성호, 성훈, 성진 등 남자 이름에 '공 훈(勳)'자나 '이룰 성(成)'자가 단연 많았다. 재력이나 권력에 대한 부모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

그러나 남자는 돌림자를 쓰는 탓에 특정 한자를 쓰더라도 이름까지 똑같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1945년 1위였던 영수라는 이름은 835명이었고, 1975년 가장 많았던 정훈은 2286명, 지난해 1위였던 민준은 2046명이었다.

해방 되던 해 태어난 여성의 이름은 영자, 정자, 순자 등 대부분 '자(子)' 자로 끝났다. 당시 상위 10개 이름 중 '자'로 끝나지 않은 이름은 9위를 차지한 정순이 유일했다. 이는 일본식 이름(~꼬·子)의 잔재 때문.

영자(9298명) 정자(8995명) 순자(8314명) 등 같은 이름의 여성은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1975년 여성 이름 상위 10개 중 '자'로 끝나는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미영, 은정, 은주 등 '미(美)'자나 '은(銀)'자 등 아름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이름이 이를 대체했다. 하지만 이 때에도 미영(9129명) 은정(9012명) 은주(8732명)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이 많은 현상은 여전했다.

다시 3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남성이나 여성 이름은 어떤 경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세련된 이름을 선호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름을 구성하는 한자도 같은 글자를 찾기 힘들다.

근래에 가장 많이 지어진 여자 이름인 서연은 2005년 3006명, 지난해 2892명에 그쳤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이 훨씬 줄었든 것. 여자 이름 상위권에 민서(2위), 지원(7위), 지민(9위) 등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이 많은 것도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동국대 평생교육원 김동완 교수(성명학 박사)는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딸 하나를 둔 부모들이 딸이 성장해서 남성처럼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중성적인 이름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에는 한동안 순한글 이름이 유행했으나 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어른 이름으로는 잘 맞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인지 퇴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04년 여아 선호 이름 중 하늘(76위)이나 한별(87위)은 2005년 각각 101위와 111위로, 지난해에는 104위와 126위로 밀려났다.

시대별 가장 많은 남자 이름(단위: 명)
순위1945년 출생자1975년 출생자2006년 출생자
1위영수(845)정훈(2286)민준(2304)
2위영호(710)성호(1789)민재(1733)
3위영식(622)성훈(1746)지훈(1581)
4위정웅(577)성진(1659)현우(1581)
5위영길(570)정호(1641)준서(1485)

시대별 가장 많은 여자 이름
순위1945년 출생자1975년 출생자2006년 출생자
1위영자(9298)미영(9129)서연(2892)
2위정자(8995)은정(9012)민서(2718)
3위순자(8314)은주(8732)수빈(2367)
4위춘자(5615)은영(8159)서현(2178)
5위경자(4340)현주(7351)민지(2163)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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