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어두운 극장 안에서 오르가니스트 김희성(46·사진) 교수가 파이프오르간 앞에 앉아 홀로 리허설에 매진하고 있었다. 격렬하면서도 애절한 연주 속에 김 교수의 눈빛은 객석 오른쪽 벽에 늘어선 파이프의 떨림처럼 흔들렸다.
“오르간은 교회음악에서 비롯한 악기이지만 감동은 종교를 초월합니다. 파이프오르간은 청중을 압도하는 악기의 크기만큼이나 소리가 웅장하죠.”
김 교수는 27일 오후 7시 반 이 무대에서 독주회를 연다. 1부는 모차르트 ‘시계를 위한 환상곡’ 등 세 곡을 독주하며 2부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등 두 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암 투병 환자를 위한 기부금으로 쓰인다. 암 환자와 가족 600여 명을 연주회에 초대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남동생을 천국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오르간 연주를 통해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의 마음을 달래 드리고 싶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그의 눈시울이 젖어든 이유는 남동생이 즐겨 듣던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며 추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3남매 트리오’라며 각각 배운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을 함께 연주하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중이 접하기 힘든 파이프오르간 연주의 특색이 무엇인지 물었다.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잘 이룰까’ ‘넓은 음역의 앙상블이 잘 어울릴까’ 등 걱정이 됩니다. 저도 아버지의 권유로 오르간을 처음 배울 때는 흥미를 못 느꼈지만 마음으로 감동이 전해지던 순간이 있었어요. 마음으로 소리를 내겠습니다.” 2만∼5만 원. 02-780-5054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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