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돌아온 ‘수와진’ “새 앨범 녹음 첫날 눈물 펑펑”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17년 만에 5집을 발표하는 쌍둥이 듀오 ‘수와진’. 동생 안상진(위)과 형 안상수가 함께 노래 부르고 있다. 김범석 기자
17년 만에 5집을 발표하는 쌍둥이 듀오 ‘수와진’. 동생 안상진(위)과 형 안상수가 함께 노래 부르고 있다. 김범석 기자
쌍둥이는 용감했다. "다시는 무대에 서지 못할 줄 알았다"던 쌍둥이 듀오 '수와진'은 어느덧 4월 초 17년 만에 발표할 새 앨범 생각만 할 뿐이다.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추억'이라 부르는 형제는 강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희망'뿐이다.

"새 앨범 녹음 첫 날 17년 만에 노래를 불렀다는 생각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죠. 밥도 못 먹고 내내 울기만 했어요.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요?"(안상진)

"우린 피를 나눈 형제 듀오잖아요. 해체나 포기는 생각도 안 했죠.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흰머리도 늘었지만 목소리는 전혀 변함이 없어요."(안상수)

1986년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 모금을 위해 하루 8시간씩 매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노래를 불렀던 이들. 이듬해 데뷔 앨범을 발표, '새벽아침'이 가요차트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고 2집 '파초'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1989년 1월 1일 동생 안상진이 한강 고수부지에서 불량배들에게 뒷통수를 가격당한 것. 범인도 찾지 못한 채 결국 1990년 4월 '수와진'은 활동을 중단했다.

"처음엔 동생이 대낮에 술 마시고 싸움을 한 줄 알았죠. 하지만 3개월 활동 하다가 결국 부산으로 내려가 요양을 했답니다. 그 후 3년간은 자괴감 때문에 폐인처럼 생활하는 걸 보고 형으로서 욕도 했고 싸우기도 했죠."(안상수)

이후 고생이 시작됐다. 안상진은 폐인 생활을 접고 생계를 위해 밤업소 무대를 돌았지만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2000년에는 레스토랑 사업을 하려 했지만 뇌수술 후 간경변, 늑막염 등의 후유증으로 사경을 헤맸던 것. 형 안상수는 1995년 솔로 앨범 '영원히 내게'를 발표해 인기를 얻었지만 5년 후 발표한 2집 '친구에게'가 반응을 얻지 못했고 2004년에는 이벤트 사업이 망하는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서글펐죠. 형 혼자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때면 왜 난 저 자리에 서지 못하는가 헐뜯곤 했죠. 형은 '내가 몸 아플 때 나 대신 너가 나가라'고 말하며 챙겨주었고… 지금은 그저 내 업보라 생각하며 넘길래요."(안상진)

그래도 이들은 새 앨범 발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새 앨범 타이틀곡은 포크가수 추가열이 작사 작곡한 '사랑해야해'. '사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었어 / 혼자 말없이 울던 그 날 네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라는 가사가 이들의 17년을 담고 있다.

"1위를 추구하기보다 그저 편안한 '수와진' 표 음악을 386 세대들과 함께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젠 다시 돌아왔으니 2년에 한 번, 아니 1년에 한 번 음반 내야죠."(안상수)

이들은 45세다. 무게감은 있지만 고집이 센 형 안상수, 활발하지만 욱하는 성질이 있는 동생 안상진. 어느덧 두 아이, 세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형과 동생은 여전히 티격태격한다. 17년 간 잘 버텨온 서로에게 덕담을 부탁했지만 "늘 화음만 넣었는데 이젠 내가 메인 보컬 해보자"(안상진) "이제 컴백했으니 더 이상 속 썩이지 마라"(안상수) 결국 "야, 얘기하는데 왜 자꾸 끼어들어!"라며 언성을 높이는 이들. 아, 쌍둥이는 용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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