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不忘危(안불망위)’라는 말이 있다. ‘安’은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安樂(안락)’은 ‘편안하고 즐겁다’는 말이고, ‘慰安(위안)’은 ‘위로하여 편안하게 되다’라는 말이다. ‘忘’은 ‘잊다’는 뜻이다. 바쁜 사람이 흔히 쓰는 ‘備忘錄(비망록)’은 ‘잊을 것에 대비하여 쓰는 문서’라는 뜻이다. ‘備’는 ‘준비하다, 대비하다’는 뜻이고, ‘錄’은 ‘기록하다, 기록한 문서’라는 뜻이다. ‘忘憂物(망우물)’은 ‘걱정을 잊게 하는 물질’이라는 말인데, 흔히 ‘술’을 이렇게 말한다.
‘危’는 ‘위험하다, 위태롭다’는 뜻이다. ‘危機(위기)’는 ‘위태로운 시기, 위태로운 조짐’이라는 말이다. ‘機’는 원래 ‘기계, 틀’이라는 뜻이지만 ‘시기, 조짐’이라는 뜻이 있다. ‘危機一髮(위기일발)’은 ‘위기가 눈앞에 닥쳐왔다’라는 말이다. ‘一髮’은 원래 ‘한 올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한 올의 머리카락의 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카락 하나의 길이만큼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安不忘危’는 ‘편안한 상태에서도 위기를 잊지 않는다’, 즉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편안할 때 준비를 하는 일은 여유 있고 즐겁다. 그러나 위난의 시기에 대처하는 일은 괴롭다. 문제는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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