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배우 지진희의 말은 충격이었다. 몸만들기의 비결을 묻자 그는 꼭 살을 빼야 할 때는 하루에 7, 8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3시간씩 뛰고 윗몸일으키기를 1만 번 했다고 한다. 1만 번이라, 1시간이 3600초니까 1초에 한 번씩 쳐도 꼬박 3시간이 걸린다. 계속 할 수는 없을 테니 최소 5시간. 그도 “하다 보면 배가 아파서 떼굴떼굴 구르고, 조금 있다 또 한다”고 했다. “몸이 재산이니까 하지, 일반인은 도저히 못하겠네요” 했더니 그도 인정했다. 기자는 그에게 “독하십니다”라고 했다.
배우들의 고무줄 몸무게는 뉴스도 아니다. 작년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은 27kg이나 불렸다가 시사회 때 다시 날렵한 몸으로 나타났다. 설경구는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10kg 이상 살을 찌웠다 뺐다를 반복한다.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몇억 원이 달린 일인데, 트레이너 두고 특별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누가 못하겠느냐고. 나도 시간과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이번 주에 만난 박용우에게 그렇게 말해 봤다. 그도 이번에 8kg을 감량하면서 응급실까지 실려 갔었다. “다른 분야의 일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겠죠. 저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열정의 문제거든요.”
많은 배우를 지도해 온 JW메리어트호텔 한동길 수석운동처방사는 “배우들의 단기간 몸만들기가 가능한 이유는 ‘목표 의식’ 덕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좋은 트레이너도 중요하고 돈과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못하면 웃음거리가 된다” “나 때문에 영화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없어 특급 트레이너가 있어도 중간에 많이 포기한다.
‘태풍’을 찍을 때 장동건은 한 씨가 “더 빼면 몸 망가진다”고 조언했는데도 “찍다가 죽어도 좋다”며 종일 양상추만 먹고 운동해 피골이 상접한 해적 역을 해냈다.
최근 한 씨가 지도한 배우는 시간이 너무 없어 지방 대신 수분을 빼는 위험한 편법을 썼다. 촬영 며칠 전까지 물을 극단적으로 많이 마셔 체내 염분 농도를 확 떨어뜨린 다음에 이후 며칠 동안 물을 적게 마시면 체내 수분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촬영할 때 순간적으로 말라 보인다. 물론 다시 물 한 잔만 마시면 체중은 늘어나고 피부는 쭈글쭈글해지며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 배우는 운동하다 기절까지 했다.
단기간의 몸만들기는 신장과 간을 망가뜨린다. 그는 “배우들이 운동하다가 토하고 무기력하고 예민해져 옆에서 뭘 먹으면 화를 낼 정도”라며 “연골이 닳을 정도로 운동한 나도 혀를 내두른다”고 말했다.
그들이 노력에 상응하는(또는 그 이상의) 대가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계의 최고 권력자인 인기 배우들에게 다들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내심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플러스’ 뒤에는 그만큼의 ‘마이너스’가 존재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말, ‘급취소’.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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