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창작 랩 뮤지컬 ‘래퍼스 파라다이스’

  • 입력 2007년 3월 24일 03시 00분


# 전설의 래퍼가 꿈틀거리고

1990년대 미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두 거물, 그들의 귀환은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이루어졌다. 20일 오후 8시. 150명 남짓한 관객이 꽉 들어찬 지하 클럽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 같은 육중한 비트를 타고 투팍(2Pac)과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는 관객들을 향해 랩으로 인사한다.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모 머니 모 프로블럼스’, 투팍의 ‘하우 두 유 원트 잇’ 등 귀에 익숙한 대표곡들을 한국어 랩으로 외치는 이들.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환호부터 손가락 내지르기, 손바닥으로 리듬타기 등 관중석에도 이미 제2의 투팍과 제3의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관객도 꿈틀거리고

서부 힙합계의 전설 투팍, 동부 힙합계의 거물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동-서부 힙합 대립의 희생양으로 모두 25세가 되던 1996년, 1997년 각각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비운의 래퍼들이다. 하지만 각각 2000만 장에 육박하는 음반 판매를 기록한, 1990년대 힙합 아이콘으로 통한다. 야한 농담부터 인종차별, 인권, 가족애 등 폭넓은 소재를 다루며 ‘랩=삶의 철학’을 외쳤던 이들이 10여 년 만에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니… 바로 창작 랩 뮤지컬 ‘래퍼스 파라다이스’에서다.

이들을 부활시킨 것은 국내 래퍼 대팔, 그리고 랩 그룹 ‘부가킹즈’의 주비트레인. 각각 ‘투팍’과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역을 맡은 이들은 10여 곡의 창작곡과 투팍의 ‘라이프 고즈 온’과 ‘체인지즈’(투팍),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모 머니 모 프로블럼스’ 등 이들의 대표곡들을 한국어로 개사해 불렀다.

7월 7일까지(매주 월요일 휴무) 계속되는 공연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랩 뮤지컬 형식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헐렁한 힙합바지에 큰 모자를 눌러쓴 20대 ‘힙합맨’들이 관객의 대부분. 새침한 여성 관객, 양복을 입은 30, 40대 직장인들은 부끄러운 듯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두 래퍼의 대표곡이 흐르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가사를 따라하며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 우리 마음도 꿈틀거려

사이좋던 두 래퍼가 갈등을 빚고 흑인 프로듀서 퍼프 대디와 여성 가수 페이스 에반스의 음모가 드러나는 등 뮤지컬은 진지해졌다.

그러나 대략 5년간 일어난 일들을 1시간 내로 압축해 보여 주려다 보니 다소 무리가 뒤따랐다. 특히 이들의 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이 존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페이스 에반스, 퍼프 대디 단 두 명만 출연한 것이 결함으로 눈에 띈다. 또 지하 클럽을 개조해 만들다 보니 무대가 비좁은 느낌. 소리 역시 울림이 많아 랩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객석은 자유롭게 몸을 흔들 만큼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 관객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기도 했다.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추모곡 ‘아일 비 미싱 유’가 흘러나오자 공연은 하이라이트를 맞았다. “모두 일어나세요”라는 배우들의 말에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 같이 춤을 췄다. 직장인 윤경철(26) 씨는 “공간도 협소하고 랩 전달이 제대로 안 돼 아쉬웠지만 배우들과 함께 춤추며 즐길 수 있어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8일에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클럽 뮤지컬 ‘동키쇼’가 서울 대학로에 상륙할 예정이라고 하니 요! 클럽 문화와 뮤지컬의 만남은 시작됐어!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