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에 필자가 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 해설, 진행하는 이 한 시간짜리 콘서트 시리즈는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청중은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고,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흐뭇하게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 음악회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훌륭한 연주자의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관이 원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문화를 환원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무런 경제적 부담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리움 목요음악회는 세계의 미술관음악회 중에서도 가장 개성 있는 음악회일 것이다.
200석의 작은 강당이지만 처음엔 얼마나 호응이 있을까 걱정도 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남동이라는 위치 때문이었다. 필자가 이보다 앞서 7년여를 진행한 로댕갤러리 목요음악회는 숭례문 근처에 있는 삼성플라자에서 열렸고, 그보다 앞서 2년간 진행했던 아트선재센터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가 열렸던 곳은 종로구 삼청동이었던 덕분에 청중 확보가 용이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주자와 공연 형식을 개발하고 같은 연주자라도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레퍼토리를 집중 연주하게 하자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져 언제부턴가 공연 때마다 보조석을 놓기에 바빠졌다.
무엇보다 청중이 좋아한 것은 공연 후반부에 마지막 연주곡을 남겨 놓고 여는 ‘직격 인터뷰’였다. 먼 거리에서만 만나던 무대 위의 연주자들, 목소리도 궁금했던 연주자들이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드러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연주자와 청중 간 마음의 거리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훈훈한 정이 싹트게 되는 것이 목요음악회만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이태원, 한남동이라는 특성상 ‘살롱 문화’를 즐기던 외국인 관객에게도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한남동에 사는 한 독일인 부부는 매주 목요음악회를 찾아 한국의 클래식 문화를 만끽한다.
리움 목요음악회뿐만 아니라 요즘 다양한 작은 음악회가 곳곳에서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새로운 문화 공간인 마리아 칼라스 홀, 종로구 평창동의 ‘아트 포 라이프’, 서초구 예술의 전당 앞 DS홀, 전위 피아니스트 박창수의 집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 경기 고양시 일산의 돌체 감상실 등 도시 곳곳에서 작은 음악회가 성황이다.
이런 음악회는 아무리 많이 열려도 부족하며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좋다. 작은 음악회를 통해 연주자와 만나고 사귀게 되고 그 아티스트의 팬이 되어, 결국 공연이 열리는 장소를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는 열성 팬이 생겨나는 것이니 말이다.
사실 서울만큼 세계의 클래식 빅 스타들이 자주 찾는 도시도 드물다. 서울에 가만히 앉아서 공연장을 매일 찾으면 최고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아마 일반인은 이런 국제적인 명성의 슈퍼스타가 매일 대형 공연장에서만 연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요마나 이츠하크 펄먼 같은 연주자들은 오늘은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대형 콘서트홀에서 연주했다가도 내일은 작은 홀이나 어느 집의 살롱 콘서트에서 대형 콘서트홀에서 받는 개런티에서 ‘0’이 하나 덜 붙은 금액으로 연주를 한다. 그렇게 하면서 그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교를 하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후원자를 만난다.
음악가와 청중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공간, 바로 작은 음악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이다. 작은 음악회는 모든 국민이 문화를 고루 누릴 수 있게 하는 나비의 날갯짓, ‘나비 효과’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구독 11
구독
구독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