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동안의 생방송은 미국인에게 우주 탐사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 줬다.’(영국 BBC방송)
1960년대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우주 탐사 분야에서도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그동안 미국은 늘 뒤졌다. 최초의 인공위성(1957년)과 동물 우주비행(1957년), 유인 우주비행(1961년)은 모두 소련이 ‘최초’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레인저 프로젝트는 이를 뒤집으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 특히 프로젝트의 마지막 탐사선이었던 레인저 9호가 보란 듯이 달 표면을 생중계까지 한 것은 그동안 구겨질 대로 구겨진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NASA는 레인저 9호를 ‘TV 스타가 된 첫 우주 탐사선’이라고 소개한다.
레인저 9호의 임무는 6대의 카메라로 달 표면 사진을 촬영하는 것. 사진을 분석해 달 표면에 탐사선이 연착륙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전 탐사선과는 달리 9호에는 송출 신호를 곧바로 TV 영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기를 추가로 탑재했다. 태생부터 TV 스타로 기획된 것이다.
임무를 달성한 뒤에는? 달 표면에 충돌해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레인저 9호는 충돌하기 전까지 19분 동안 5814장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냈다. 마지막 사진은 충돌 0.25초 전에 찍었다. 이후 TV 화면은 검게 바뀌었다. BBC방송은 ‘가미카제 미션(자폭 임무)’이라는 표현을 썼다.
레인저 9호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이듬해 소련의 무인 우주선 ‘루나 9호’가 미국보다 4개월 앞서 달 표면에 착륙해 사진을 찍어 전송했으니 말이다.
NASA의 레인저 프로젝트는 뒤늦게 빛을 봤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곳은 ‘고요의 바다’. 레인저 8호가 찍은 영상에서 고른 착륙 지점이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