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샘은 이곳에 쪽빛 물이 나오는 우물이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우선 올해 말까지 쪽샘지구 가운데 약 5500평에 대한 시굴(試掘)조사를 실시한다. 현재 발굴장 주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내부를 20×20m 단위로 구획하는 중이다. 시굴조사는 지표면에서 30∼40cm 파 내려가면서 전체적인 유물 분포를 파악하는 작업을 말한다. 시굴이 끝나면 내년부터 지하로 깊게 파 들어가는 본격 발굴에 나선다.
쪽샘지구가 위치한 황오동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라 고분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바로 옆 대릉원에만 천마총과 황남대총 등 무려 23기의 대형 고분이 자리 잡고 있다. 천마총과 황남대총에선 1970년대에 금관을 비롯해 금관 장식, 금제 허리띠, 천마도, 로마에서 수입한 유리병 등 수만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따라서 인접한 쪽샘지구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쪽샘지구의 일부 고분은 훼손됐다. 일제강점기부터 이미 고분의 봉분(封墳)을 깎아내고 민가를 세운 데다 1970년대 이후 버스터미널과 식당 상가 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굴꾼들이 민가를 사들인 뒤 그곳에서 고분을 파헤친 일도 있었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실장은 “지표면을 30∼40cm만 걷어내도 신라 고분의 흔적과 각종 유물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며 “고분 지역인 만큼 적지 않은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의 전 과정은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 실장은 “시민이 발굴하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발굴장에 관람대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5월 무렵부터는 제대로 된 발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약 20년에 걸쳐 쪽샘지구 11만 평 전체를 모두 발굴할 계획이다. 찬란한 신라 유물을 기다리는 고고학계의 시선은 20년 동안 줄곧 경주로 향할 것 같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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