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아이 독서지도]읽은책 읽고 또 읽는다고요?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논술 열풍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히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나이에 맞는 책을 보여 주고 싶은데 어떻게 골라야 할지,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독서 훈련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어린이 독서지도 전문가 오진원 씨로부터 듣는 조언을 이번 주부터 연재한다.》

읽은책 읽고 또 읽는다고요?

책에서 즐거움만 찾는다면…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보려고 해요.”

5세 미만 아이를 둔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엄마들은 다양한 책을 보여 주며 아이의 독서 수준을 올리고 싶은데 정작 아이들은 한 분야 책만 보려 한다고 걱정이다.

이럴 땐 엄마가 한발 물러서는 게 가장 좋다.

책 읽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엄마가 아니라 아이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와 책의 즐거운 만남을 주선해 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마치 중매쟁이처럼 말이다.

아이가 한 분야의 책만 계속 반복해 읽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 지나치게 한쪽 책만 보려 하거나, 좀 수준 낮은 책을 읽어도 괜찮다. 아이들은 끌리는 책을 반복해 보면서 엄마나 주위 사람은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실컷 그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 알아서 다른 책을 찾아 나선다.

책을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한번 책이 친구가 되고 나면 책은 늘 아이 곁에 있게 된다. 바쁘게 뭔가를 하다가도 잠깐 쉴 틈이 생기면 책을 손에 잡을 수 있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책을 평생의 친구로 삼은 아이는 쉬는 시간이면 친구랑 수다를 떨듯이 책을 펼쳐드는 것이다.

골고루 다 보여 주지 않으면 뒤떨어지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엄마들이 있지만 책은 결코 교육의 방편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와야 한다. 그 가운데 자연스레 삶의 지혜를 배워 나갈 수 있다.

아이가 아니라 누구라도 보고 싶은 책은 따로 있는데 다른 책을 보라고 하면 책읽기가 따분하다. 머릿속에는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이 가득하기 때문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책읽기가 점점 싫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가 같은 책을 수백 번 반복해서 읽는다 하더라도, 아이 수준에 너무 쉬운 책을 즐겨 읽는다 하더라도 그냥 그대로 즐기게 내버려 두자. 이렇게 하면 책을 읽어 주는 엄마도 한결 여유가 생긴다. 다음엔 무슨 책, 무슨 책을 보여 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아이와 함께 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진원·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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