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복제했나
암컷 늑대 2마리를 복제한 원리는 스너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공원에 있는 두 살짜리 회색늑대 ‘누리’의 귀 안쪽에서 체세포를 채취해 배양했다. 실험용 잡종견 41마리에서 난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했다.
핵이 제거된 난자에 늑대의 체세포를 주입하고 전기충격을 가해 융합시켜 체세포 핵이식 복제 수정란 251개를 만들었다.
이를 대리모(실험용 잡종견) 12마리에 이식했고, 2005년 10월 18일과 26일에 제왕절개를 통해 각각 체중 430g, 530g인 암컷 늑대 2마리(스눌프, 스눌피)가 태어났다.
‘황우석 파문’의 아픈 기억이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복제 성공 진위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를 제공한 개와 복제 늑대가 같았고, 나머지 DNA는 체세포를 제공한 늑대와 복제 늑대가 완전히 일치했다. 스눌프와 스눌피는 ‘진짜’ 복제 늑대가 확실하다는 얘기다.
이병천 교수는 “스너피 때는 123마리의 대리모에서 1마리만 생존해 복제 효율이 0.8%로 극히 낮아 ‘과학적 사고’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며 “이번 늑대 복제는 12마리 대리모에서 2마리가 태어나 효율이 16.7%로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난자 채취 방법과 미세조작기술, 착상기술 등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현재 체중 20kg 정도로 자란 스눌프와 스눌피는 내년 봄께 수컷 늑대와 교배해 정상적으로 번식이 가능한지 확인할 예정이다.
한국 늑대는 20여 년 동안 야생에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한국 환경부에서는 1급, 국제기구에서는 2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같은 종의 난자를 쓸 수 없어 계통적으로 유사한 개의 난자와 대리모 개를 사용하는 ‘이종(異種)간 복제’를 시도했다.
○ 한국 복제기술 세계 최고 다시 입증
이번 늑대 복제 논문은 이 분야 권위지인 ‘클로닝 앤드 스템셀’ 3월호에 실렸다.
이 저널의 편집장은 1996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 세계적 복제 전문가가 한국의 연구 성과를 인정한 것.
이로써 황우석 사태 이후 위기를 맞았던 국내 복제기술 연구에 활력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복제기술은 멸종위기종 복원과 질병모델 동물 공급뿐 아니라 수정부터 출생까지의 발생과정 규명과 줄기세포 생산에도 반드시 필요한 첨단 생명과학 기술.
지금껏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여러 난치병의 원인과 치료법이 복제기술을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 박용호 수의대학장은 “지금까지 서울대 연구팀을 제외하고 개 및 늑대 복제의 성공을 보고한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없다”며 “한국의 동물복제 및 생명공학 기술이 세계 선두 수준임을 다시 한번 확인케 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 앞으로 계속될 연구에도 주목
늑대와 개 등 갯과 동물을 복제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멸종위기종의 복원과 인간 질병 연구모델 개발의 두 가지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수의대 신남식 교수는 “일반 실험 개를 활용해 멸종위기 늑대를 복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성과는 다른 갯과 희귀동물의 복제기술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연구팀은 늑대 이외에 백두산호랑이와 한국산양 등 다른 포유류의 복제도 시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산양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시험관 안에서 배반포 단계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백두산호랑이의 체세포를 돼지나 소의 난자에 넣어 정상적으로 자라는지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05년 수컷 개 스너피에 이어 지난해 암컷 개 3마리(보나, 피스, 호프)의 복제에서 이미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개와 늑대 복제기술은 큰 흐름은 같지만 세포의 배양조건이나 융합조건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갯과 동물 복제 효율을 15∼25%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간 질병 연구에도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개는 암 당뇨병 심장병 등 여러 질병을 인간과 공유한다. 개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 질병을 갖고 태어나게 하면 최적의 질병 연구 모델이 된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린 수컷과 암컷 개를 여러 마리 복제한 다음 교배시키면 새끼들 역시 당뇨병에 걸린다. 당뇨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용 개를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제 개(스너피)와 복제 늑대(스눌프) 비교 | ||
비교 항목(단위) | 복제 개 | 복제 늑대 |
대리모 수(마리) | 123 | 12 |
복제수정란 수(개) | 1095 | 251 |
임신 성공한 대리모 수(마리) | 3 | 2 |
착상된 태아 수(마리) | 3 | 4 |
분만한 대리모 수(마리) | 2 | 2 |
출생한 개체 수(마리) | 2 | 4 |
현재 살아있는 개체 수(마리) | 1(스너피) | 2(스눌프, 스눌피) |
자료제공: 서울대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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