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끝나자마자 누리꾼들은 이들을 ‘무관의 제왕’이라 부르며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올렸고 심지어 심사 결과 공개 서명 운동까지 외치며 팀 ‘구제’에 열을 올렸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이들이 두 곡의 디지털 싱글음반을 준비해 가요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 ‘무관의 제왕’으로만 머물러 있을 순 없었을까?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녹음실에서 만난 이들은 “개교기념일을 맞아 버스 타고 상경했다” “아직 무덤덤하다” 등 왁자지껄 수다가 한창이었다.
“그 당시 인터넷에 도배된 ‘뮤즈그레인’ 얘기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저 대학시절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들이 모여 출전한 건데….”(김순오·26·콘트라베이스)
“처음엔 발랄한 록을 부를까 생각했지만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리만의 개성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멤버들 모두 비 온 뒤 우울함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팀 이름도 ‘뮤직’과 ‘그루브’, ‘레인’을 합쳐서 지었고 노래도 비와 관련된 주제를 담았죠.”(김승재·22·보컬)
어느덧 ‘추억’이 돼 버린 6개월 전 이야기. 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이들은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아 악기를 마이크에 바짝 대고 연주하는 등 우리 음악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좋은 귀’를 가진 누리꾼들이 이들을 찾아냈고 이후 이들은 “선배님들 보려고 입학했다”는 07학번 후배를 둘 정도로 ‘스타’가 됐다.
그러나 관심은 곧 부담으로 이어졌다. “다시 뭉쳤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인투 더 레인’ 같은 곡을 들고 나오면 바로 비판이 쏟아질 것 같았고…. 결국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자’라고 외쳤어요.”(이혜영·21·바이올린)
2곡으로 구성된 이 음반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곡은 멤버 변동준(22·피아노)이 작곡한 ‘그림자 달’. ‘인투 더 레인’의 연장선 격이라 할 만큼 ‘뮤즈그레인’ 특유의 우울함이 배어 있지만 클래식, 뉴에이지, 월드뮤직을 오가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또 다른 곡은 김승재가 만든 발라드 곡으로 슬픔과 기쁨 중간에 놓여 있는 그의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
음악 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던 이들도 ‘진로’ 얘기가 나오자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임용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로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 그러나 고민도 잠시, 재기발랄한 대답이 이어졌다.
“우리가 공연을 할 때면 늘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거 아세요? 클래식부터 록, 재즈까지 우리는 추구하는 음악이 다양하듯 꿈도 제각각이죠. 중요한 건 현재 ‘뮤즈그레인’으로 뭉쳐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것, 이제 시작이지만 언젠간 ‘동물원’ 선배님들처럼 멋진 밴드가 되리라 믿어요. 꿈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니까요.”(정웅·22·드럼)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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