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운동장 광장 5000평에 세워진 이 마을은 ‘퀴담’ 공연을 위해 내한한 세계 최대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가 10주간 머물며 공연하고 생활하는 공간.
‘움직이는 마을(Village on the Move)’ 이라는 별명처럼 6개의 대형 텐트와 11개의 컨테이너 가건물로 이루어진 이 마을은 발전시설부터 학교, 식당, 빨래방, 전력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150명의 단원과 스태프는 잠만 인근 호텔에서 잘 뿐 하루의 대부분을 이 마을에서 보낸다.》
26일 오전 9시 반. 종합운동장 남문에 들어서자 우측에 밝은 노란색과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대형 텐트의 꼭대기가 보였다. 개막일(29일)이 며칠 안 남은 탓에 2명의 보안 담당자가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보안 담당인력만 모두 10명.
공연장 로비 역할을 하는 두 개의 텐트는 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각종 공연 기념품과 팝콘, 커피 등을 판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마련된 VIP관객(회당 264명) 전용 텐트 ‘타피 루주(Tapis Rouge)’에서는 카나페 등 간단한 음식과 음료 그리고 와인 등이 무료로 제공되고 공연기념품 숍도 있다. VIP관객을 위한 간이용 부엌과 전용 화장실, 전용 출입구도 따로 마련돼 있다.
공연장인 빅톱 안은 겉옷을 벗고 있어도 될 만큼 훈훈하다. 컨테이너 크기의 발전기 5대가 이 마을에 전력을 공급한다. 2544석 규모의 빅톱은 지름이 50.5m, 높이는 23.9m 규모. 맨 앞줄 44석(R석)은 ‘태양의 서커스’ 측 요청에 따라 장애인에게 우선 배정되며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별도 출입구도 마련됐다.
빅톱 뒤부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배우 전용 공간인 170평 규모의 ‘아티스트 텐트’에는 체력 단련을 위한 운동기구를 비롯해 물리치료실, 의상실, 그리고 분장 테이블이 있다. 텐트 밖에는 야외 농구대도 있다. ‘빨래방’ 컨테이너 문을 열어 보니 4대의 세탁기와 4대의 빨래 건조기가 바쁘게 돌아가면서 공연 의상을 세탁하고 있었다.
12m 길이의 컨테이너에 마련된 학교에서는 모두 8명이 공부한다. 아역 배우와 출연 배우의 자녀들이 화∼토요일 오전 10시 반에서 오후 4시 반까지 수업을 한다. 문을 열어 보니 교사 두 명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급은 고학년, 저학년,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 중국 어린이 배우를 위한 ‘중국어반’ 등 3개 반.
7년째 ‘태양의 서커스’의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고드보 씨는 “캐나다 퀘벡의 커리큘럼을 따라 영어와 프랑스어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투어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이 각자 학교로 돌아가도 정규 수업을 잘 따라 간다”고 말했다.
식당 텐트에는 식사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모여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대형 TV와 소파, 컴퓨터 3대, 영자 신문도 놓여 있었다. 식당에는 전속 요리사 5명과 한국에서 채용한 보조 요리사 6명 등 총 11명이 매일 160인분의 음식을 뷔페 형태로 제공한다. 이날 메뉴판에 적힌 점심 메뉴는 수프부터 포르투갈식 커리와 쌀밥, 고기 찜 등 10여 가지. 15개 국적의 배우들을 배려해 다국적 음식을 선보인다.
‘태양의 서커스’는 투어에 앞서 항상 바이어들이 공연 장소를 찾아 생활환경 조사를 하는데 서울 물가에 대해 내린 평가는 “고기와 과일 가격이 아주 비싸다”는 것.
아역 배우 토리(15) 양의 엄마 랜디 래츨릿 씨는 “‘태양의 서커스’는 집에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딸을 혼자 두고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 어린이 2명당 한 명씩 ‘투어 엄마’가 붙는다.
‘움직이는 마을’의 뒤쪽은 배우와 스태프가 최상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복지 마을’이다. 그러나 공연장과 로비 텐트 사이에 심은 6개의 ‘스폰서 트리’는 자본주의 논리를 드러냈다. 나무에 열매가 달린 형태의 홍보 구조물로, 열매 대신 협찬사 이름이 매달려 있었다. 물론 열매 크기도 협찬 금액의 순이다. 연간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태양의 서커스’답다.
:공연 ‘퀴담’ 보러오세요:
1996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작품. 제목인 ‘퀴담’은 ‘이름 모를 행인’이라는 뜻의 라틴어. 신문만 보는 아버지, 라디오에 귀 기울이는 어머니, 그리고 심심한 소녀 조의 가정에 머리 없는 ‘퀴담’이 등장하면서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29일∼6월 3일. 화∼금 8시, 토 4시 8시, 일 1시 5시. 만 5세 이상 관람가, 공연 시간 150분. 5만5000, 7만7000, 11만 원. 타피 루즈(VIP석) 패키지 20만 원. 02-541-315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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