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임권택 100편으로 날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임권택 감독(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개봉을 앞두고 후배 영화인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헌정 행사를 29일 마련했다. 임 감독과 한복을 입은 부인 채령 씨가 손을 잡고 후배들과 나란히 무대에 섰다. 행사에는 배우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이병헌 씨와 봉준호 김대승 감독 등이 참석했다. 김미옥 기자
임권택 감독(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개봉을 앞두고 후배 영화인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헌정 행사를 29일 마련했다. 임 감독과 한복을 입은 부인 채령 씨가 손을 잡고 후배들과 나란히 무대에 섰다. 행사에는 배우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이병헌 씨와 봉준호 김대승 감독 등이 참석했다. 김미옥 기자
후배 영화인들 ‘천년학’ 개봉 앞두고 헌정행사

“제가 인생에서 무엇을 해냈다 한다면 그 공로의 3분의 1은 정일성 촬영감독 덕분이고 3분의 1은 남들이 ‘로또복권 당첨됐다’ 하는 우리 마누라 덕분이고, 그 나머지가 전데요. 그것도 함께 영화를 해 온 연기자와 스태프의 덕분이니, 한국에서 영화 하는 모든 분의 공로로 여기에 섰습니다.”

행보 자체가 한국 영화의 역사나 다름없는 임권택 감독의 얼굴은 소년처럼 상기돼 있었다. 그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개봉을 앞두고 후배 영화인들이 마련한 헌정 행사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영화인이 모여 누군가를 칭찬해 주는 자리가 없었는데 내가 주인공이 됐다”며 “‘천년학’을 시작할 때 우여곡절이 많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는데 후배들이 걱정해 주는 것을 보고 내 영화 인생은 큰 복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임권택, 그 100편의 눈부심’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날 행사는 영화인회의, 한국감독조합, 영화배우협회 등 영화 단체들이 함께 만든 자리다. 봉준호 이명세 이현승 김대승 정윤철 감독과 배우 이병헌 강혜정 강수연 안성기 박중훈 씨를 비롯해 조재현 오정해 씨 등 ‘천년학’의 출연진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박중훈 씨가 임 감독의 입장을 알리자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이어 임 감독을 놀라게 하려고 준비했다는 동영상이 나왔다. 이 동영상에서 후배 감독들은 그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시했다.

임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대승 감독은 “현장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워 남들이 자꾸 데뷔하라고 해도 하지 못했다”고, 박찬욱 감독은 “급조된 환경에서 만든 것 같은 영화에도 최소한 하나 이상의 독특한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한 개인이 그렇게 다양한 영화적 세계를 구현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임 감독에게 ‘영화의 교과서’(정두홍 무술감독) ‘국보급 감독’(김지운 감독) ‘한국에서 가장 젊은 감독’(봉준호 감독)이라는 칭호를 헌사했다.

동영상 상영 이후 안성기 씨가 축사를, 봉준호 감독이 헌사를 했고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과 배우 강수연 씨, 이현승 감독과 배우 고아성 양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와 30여 년을 함께해 온 정일성 촬영 감독은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직장암에 걸렸을 때 병원에 와서 나를 일으켜 세운 분이 임 감독”이라며 “그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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