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밥집 아주머니는 밥이 하늘
길은 다섯 갈래로 뿔뿔이 흩어져
대추나무 가지처럼 꼬불꼬불 숨어들지만
집집마다 하나씩 숨겨놓은 근심을 찾아들고
결국엔 한 자리로 모여드는 오거리
사람의 집들이 양은냄비처럼 끓고 있다
밥그릇 하나에 숟가락 하나씩
막 피어오르는 꽃송이같이 둘러앉은 밥상을
머리에 얹기만 하면 달리는 그녀
하늘이 식을까봐 발바닥에 불이 난다
어쩌다 그녀보다 하늘이 한 걸음 앞서거나
고무신이 한 발 뒤처지려 하면
정수리에서 출렁이는 하늘을 쏟을까봐
목 줄기에 굵고 파란 힘줄이 선다
사월에도 몇 번씩 꽃모가지가 얼어 떨어지고서야
추운 봄이 기어오르는 이 고개
하늘 뜨거운 줄 아는 사람의 마을에
-시집 ‘푸른 독’(시학) 중에서》
고대 그리스의 하늘이야 아틀라스나 헤라클레스 같은 거인들이 떠받치고 있어서 안 무너지는 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 하늘은 저 봉천(奉天)밥집 아주머니가 이고 있어서 저리도 푸르구나. 누구라도 한걸음에 달려 나가서 ‘뜨거운 하늘’을 덥석 받아 주거나 ‘다 비운 하늘’을 똬리 위에 번쩍 올려 준 적 있을 터이니 우리는 얼마나 거인들인가? 곰곰 생각느니 밥집 아주머니들만 하늘을 이고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제가 하는 일이 하늘이다. 저마다 출렁이는 꿈을 쏟을까봐, 식을까봐 종종걸음 치지 않는가. ‘몇 번씩 꽃모가지가 얼어 떨어지고서야 오는 봄’처럼 더러 제가 인 하늘을 놓치고 눈물 흘리기도 하였으리라. 그러나 모든 하늘은 높기도 높지만 그 바닥은 땅에 맞닿아 있지 않은가. 흙 묻지 않으면 하늘이 아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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