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그래 이 느낌!… ‘남성 맞춤명품’ 부활하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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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힘주지 마세요.” 익숙지 않은 치수 재기. 여성이 신체사이즈에 민감한 이유가 느껴진다. 맞춤은 또 다른 자아 인식이다. 숨겨졌던 신체의 특징과 단점이 드러난다. 그 결함을 보완해 ‘몸 친화적’인 옷을 만들어내는 것. 맞춤의 미덕이다. 장소 제공=유 케이, 슈즈 박, 해밀턴 셔츠. 원대연 기자
“괜히 힘주지 마세요.” 익숙지 않은 치수 재기. 여성이 신체사이즈에 민감한 이유가 느껴진다. 맞춤은 또 다른 자아 인식이다. 숨겨졌던 신체의 특징과 단점이 드러난다. 그 결함을 보완해 ‘몸 친화적’인 옷을 만들어내는 것. 맞춤의 미덕이다. 장소 제공=유 케이, 슈즈 박, 해밀턴 셔츠. 원대연 기자
가격 적당하고 젊은 감각에 맞고… 정장-구두-셔츠 등 20, 30대 사이 열풍

벌거벗은 임금님은 기뻐했다. “마치 옷을 안 입은 것처럼 편하군.”

임금님은 거짓말쟁이. 옷을 안 입으면 정말 좋을까. 부끄러운 건 둘째 치더라도 춥고 생채기 날 텐데. 정말 편한 건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날 때다.

그런 옷이나 구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엔 이미 만들어진 기성복을 입고 기성화를 신는다. 몸에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제품에 몸을 맞춘다.

그러나 최근 ‘맞춤’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비싸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꺼렸던 수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맞춤 열풍의 주역은 예전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년이 아니라 원기왕성한 20, 30대 남성들이다. 가격이 적당하고 독특함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감각에도 맞다.

맞춤 제품을 내놓는 가게는 많지만 ‘진짜 보석’은 유한한 법. 맞춤정장 맞춤구두 맞춤셔츠 등 각 부문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솜씨 좋은 곳을 골라봤다. 따스함이 물씬 풍기는 4월, ‘나만의 맞춤 명품’으로 기분 내보는 것은 어떨까.

○ 디자이너와 상의해 약점을 보완하라

옷을 맞춰 입으면 자신의 체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자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맞춤정장 숍 ‘유 케이’에서 치수를 재봤다.

어깨가 평평하고, 키에 비해 하체가 마르고 긴 편. 기성복을 입으면 어깨가 접히고 허벅지 안쪽이 우는 이유였다. 손규룡 대표는 “남들과 다르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체형의 약점도 보완할 수 있는 게 맞춤정장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체 스타일은 물론 단추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최근엔 원 버튼에 양 갈래로 뒤트임이 있는 재킷이 잘 나간다. 검정이나 회색 등 무채색 계열에 꿰맨 듯 스티치 문양이 드러난 것이 인기. 전체적으로는 날씬하게 실루엣을 강조한다.

배우나 가수들의 옷을 만들면서 유명해진 유 케이는 지금도 SS501과 MC몽 등 여러 연예인의 무대의상이나 정장 의뢰가 많다. 가격은 원단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크게 상(45만 원대), 중(35만 원), 하(25만 원)로 나뉜다. 2벌을 하면 재단비가 절감돼 38만∼48만 원 정도만 받는 기획 상품도 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치수를 보내고 제품을 택배로 받는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맞춤정장의 맛은 안 난다”고 말했다. 고객과 디자이너가 상의해 치수를 재고 완성품을 입어보면서 함께 마음에 드는 옷을 찾는 과정이 진정한 맞춤옷의 매력이다.

○ 최신 유행과 자기만의 독특함을 동시에

“노홍철의 특이한 구두는 어디서 났을까?”

‘마법의 키높이 구두’로 입소문을 탄 맞춤구두점 ‘슈즈 박’엔 연예인과 외국인 고객이 많다.

가격은 재질과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 롱부츠가 아니라면 15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트렌디하면서 좋은 소재의 구두를 맞출 수 있다. 아무래도 젊은 층은 정장과 캐주얼 모두에 어울리는 구두를 선호한다. 부드러운 갈색의 산양가죽에 앞코는 날렵한 스타일이 인기 아이템. 지난해 말부터 앵클부츠도 꾸준히 나간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살 수 있지만 이왕 구두를 맞출 생각이라면 원하는 스타일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방문하는 게 좋다. 가격도 직접 오는 게 저렴하다.

○ 싸고 편하지만 고급스러운 셔츠

맞춤셔츠는 저렴하다. 내 몸에 꼭 맞춰 이름까지 새겼는데 3만∼5만 원이면 충분하다. 완제품을 택배로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3일 정도밖에 안 된다. 한 번 치수를 재면 급격히 몸이 변하지 않는 한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을 살 수 있다.

이태원엔 소문난 맞춤셔츠 전문점이 많다. ‘해밀턴 셔츠’도 그중 하나로 미국이나 일본 고객이 많이 찾는다. 한 번 오면 10∼20벌씩 맞춰 간다.

셔츠는 아무래도 흰색이 인기다. 매출의 70% 이상이 화이트 셔츠다. 요즘 소비자들은 밋밋한 기본형보다는 문양이 세밀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은은한 꽃무늬도 잘 나간다.

슬림 트렌드는 셔츠도 마찬가지. 허리에 라인을 넣고 팔을 가늘게 한다. 배가 나와도 꽉 끼지 않는 범위에서 라인을 넣어야 날씬해 보인다. 셔츠 옷깃은 와이드 칼라가 인기지만 뚱뚱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할 것. 소재는 관리하기 편한 혼방을 많이 찾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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