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저자]“주역과 바둑은 딴세상… 철학책 아닌 점술서죠”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프로바둑 5단 문용직 씨 ‘주역의 발견’서 도발적 주장

주역(周易)을 논한 프로 5단의 바둑 기사가 있다. 게다가 그가 정치학 박사라고 하니 더욱 심상치 않다.

1998년 ‘바둑의 발견’으로 학문적 바둑을 논하더니 이번엔 7년 동안 주역을 공부한 결과를 ‘주역의 발견’으로 출간한 문용직(사진) 씨.

과연 그가 발견한 건 무엇일까. 29일 그를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은 온통 ‘주역과 바둑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었다.

만나자마자 주역과 바둑의 관계를 물었다. 그런데 “바둑에는 주역이 없고, 주역에는 바둑이 없다”며 그 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문 씨. 그리곤 도전적으로 반문했다. “어떤 이는 주역의 음양과 바둑의 흑백을 두고 연관짓는데 그럼 낮과 밤의 24시간을 바둑에 대입하겠습니까?”

바둑과 주역의 절묘한 만남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원리. 정치학 공부도 그런 측면에서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땄고 그 다음에 시도한 것은 주역이었다. 본격적으로 주역을 접한 것은 2000년 가을. 그 유명한 지곡서당에서였다. 그러나 곧 벽에 부닥치며 주역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수천 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과도하게 의미가 부여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 후 바둑 두러 기원에 갈 때도, 점심 먹으러 중국집에 갈 때도 그것만 생각했다. 그 결과가 이번 책이다.

“주역은 어렵지 않습니다. 신비롭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것을 인간이 이해 못할 리가 있습니까? 옛 성현의 무게에 짓눌리니까 주역을 제대로 못 보는 겁니다.”

주역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같아 신선하다. 이 신선함은 이내 도발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주역의 근본은 점서(占書)와 같습니다.”

점서와 같다니, 주역을 연구하는 정통 학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노릇이다. “반골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자 “정치학을 공부하면 보수가 된다”고 넉살좋게 받아 넘겼다.

주역에 대한 반골적인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주역의 부담을 덜어 버리고 새롭고 도전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눈길을 끌 만하다.

“주역은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학문입니다. ‘점=미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실용서로 보자는 얘깁니다.” 문 씨의 결론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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