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뼘 피리로 한길… 수탉처럼 울다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피리 인생 50년’ 공연 갖는 정재국 명인

“피리 소리는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와 같아야 합니다. 피리 소리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뽑아내는 소리이지요.”

예전부터 피리를 잘 부는 사람을 ‘목피리(수피리)’라고 불렀다. 피리 소리는 또 ‘새벽에 황계(黃鷄)가 홰에 올라서 목청 높여 우는 소리’에 비유되기도 했다. 한국 정악계의 대표적인 ‘목피리’로 활약해 왔던 가산 정재국(65·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 명인이 피리인생 50년을 맞았다.

그는 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50년 외길 피리 소리’ 공연을 갖는다. 좁은 죽관에 혼을 불어넣어야 하는 피리 주자가 예순을 넘긴 나이에 독주회를 여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보통 피리 주자 세 사람이 함께 불어도 정재국 명인 한 분의 피리 소리를 못 당한다”(한양대 이상규 교수)는 말처럼 그의 피리 소리는 여전히 우렁차다.

“피리는 20cm에 불과한 조그만 악기이지만 가장 크게 주 선율을 노래하기 때문에 한국 전통음악 합주에서는 ‘악기의 왕’ 역할을 하지요.”

그는 1962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중고교)를 졸업한 뒤 1966년부터 1998년까지 32년간 국립국악원에서 연주 인생 외길을 걸어 왔다. 1972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최초의 피리 독주회를 열어 정악 민속악뿐 아니라 첫 피리산조와 황병기 김종진 서우석 이상규 씨가 작곡한 창작곡을 초연했다.

이 중 피리 협주곡 ‘자진 한 잎’(이상규 작곡)은 지금도 자주 연주되는 대표적인 곡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정재국 명인이 직접 이 곡을 연주하며 대취타, 정재국류 산조, 피리독주 상령산, 백대웅 작곡의 ‘가산을 위한 피리협주곡’ 등 정악 산조 창작곡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정재국 명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피리 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로 피리 대중화를 위한 악기 개량에도 힘써 왔다. 그는 저음 피리, 음역을 2배 이상 늘린 피리, 배우기 쉬운 피리를 개발했다. 그는 “전통의 소리를 지키면서도 개량 악기로 현대적인 창작곡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주 문의 02-746-9748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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