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1월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정보기술 사회의 정점에 올라 있는 한 인물의 법정 증언을 다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였다.
미국 정부가 MS를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첫 공판이 열린 것은 6개월 전인 5월 18일. 원고와 피고는 쟁쟁한 전문가와 변호인단을 구성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은 “MS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인터넷 검색도구인 익스플로러를 ‘묶어 팔기’하는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몰아세웠다. 익스플로러를 채택하지 않는 컴퓨터 제조업체를 협박한 사실도 폭로했다.
MS는 발끈했다. 묶어 팔기는 기술 혁신과 경쟁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또 익스플로러는 제품이 아니라 윈도의 한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6월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MS의 재정 지원을 받는 한 연구소의 MS 편들기였다.
‘소비자들은 이번 반독점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회사는 정부의 보호에 기대어 경쟁사를 불리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MS는 철퇴를 맞았다. 2000년 4월 3일이었다. 법원은 정부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MS를 운영체제 생산 회사와 익스플로러 제작 회사로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 간섭의 위험한 선례”라고 논평했다.
항소심에서 MS는 가까스로 회사 분할의 위기는 모면했다. 또 경쟁사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는 컴퓨터 제조업체에 보복하지 않는다는 등의 조건으로 법무부와 타협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도 MS에 반독점법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수천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 간부들도 반도체 가격 담합 혐의로 미국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텔과 퀄컴 등도 반독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반독점법과 글로벌 1등 기업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비록 작은 법정에서 벌어지는 전쟁이긴 하지만 그 결과는 넓고 깊다. 정보기술사회의 새로운 세계대전인 셈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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