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 힘이 없으면 살아가기에 불편하고, 힘이 있으면 살아가기에 편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삶의 모든 가치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는 힘의 위세를 느끼기 어렵다.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당당한 자세가 힘에서 나오지는 않음을 말해준다.
‘好善忘勢(호선망세)’라는 말이 있다. ‘好’는 ‘좋다, 좋아하다’라는 뜻이다. ‘絶好(절호)의 기회’는 ‘절대적으로 좋은 기회’라는 말이고, ‘嗜好品(기호품)’은 ‘즐기고 좋아하는 물건’이라는 말이다. ‘嗜’는 ‘즐기다’는 뜻이고, ‘品’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好機(호기)’는 ‘좋은 기회’이며, ‘好奇心(호기심)’은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善’은 ‘착하다, 좋다’라는 뜻이다. ‘善行(선행)’은 ‘착한 행동’이고, ‘善意(선의)’는 ‘착한 뜻, 좋은 뜻’이라는 말이다. ‘善有善報(선유선보)’는 ‘착한 사람에게는 좋은 보답이 있다’는 말이다.
‘忘’은 ‘잊다’는 뜻이다. ‘健忘症(건망증)’은 ‘곧잘 잊는 병’이라는 말이다. 이 경우의 ‘健’은 ‘매우, 곧잘’, ‘症’은 ‘증세, 병’이라는 뜻이다. 연말에 흔히 열리는 ‘忘年會(망년회)’는 ‘한 해의 일을 잊어버리는 모임, 한 해를 끝내는 모임’이라는 말이다. ‘忘’에는 ‘끝내다’라는 뜻도 있다. ‘勢’는 ‘힘, 기세’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好善忘勢’는 ‘착한 것을 좋아하고 힘을 잊는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을 사귈 때도 그 사람의 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착함이 좋아서 사귀고, 나 자신도 착한 것을 좋아하며 힘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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