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는 아직 추워요?”
3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전화를 받은 소프라노 조수미 씨. 그는 “로마는 어제 20도까지 올라갔다”며 로마의 봄소식을 전했다. 조 씨는 다음 주에 3박 4일간 시칠리아 섬을 거쳐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요한 슈트라우스가 요맘때쯤 시칠리아 섬에 갔는데, 레몬과 오렌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고 해요. 그곳에서 ‘레몬 꽃 향기가 피어나는 곳’이라는 왈츠가 탄생했지요.”
조 씨가 봄과 왈츠의 향기를 몰고 온다. 귄터 그라프가 지휘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봄의 소리’ ‘황제 왈츠’ 등 왈츠곡으로만 꾸민 공연을 한다. 장소는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18일)과 서울 세종문화회관(20, 22일).
“예전에 왈츠 음반 ‘빈의 메아리(Echoes from Vienna)’를 녹음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왈츠나 폴카를 부르며 얼마나 밝고 명랑한 기분이 들었는지 몰라요. 왈츠는 훌륭한 음악치료(뮤직세러피) 구실을 하더군요. 화창한 봄날 저녁 가족과 소풍 나온 듯 왈츠에 맞춰 춤출 수 있는 편안한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신년음악회의 첫출발은 1942년 나치 치하에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밝고 경쾌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봄의 소리’와 같은 왈츠는 전쟁에 지친 빈 시민들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했다. 조 씨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왈츠 공연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원래 기악곡으로 연주되는 곡. 1940, 50년대에 요한 슈트라우스를 추종하는 작곡가 편곡가 시인들이 그의 곡에 아름다운 가사를 붙였다. 그러나 워낙 화려한 테크닉을 펼치는 악기 소리를 흉내 내며 불러야 하는 노래들이라 콜로라투라(화려한 꾸밈음을 내는) 소프라노 중에도 왈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디타 그루베로바, 리타 슈트라이히 등 콜로라투라의 대가들만이 자신의 레퍼토리에 왈츠를 넣었다.
조 씨는 “사람 목소리로 악기의 음역을 표현하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제가 원래 ‘한 도전’하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성악가에게 언어-문화는 악보 이상으로 중요”
그는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프랑스를 비롯해 7, 8개 언어로 노래해야 하는 성악가에게 악보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언어와 문화”라며 “이번 공연을 위해 부활절 휴가를 내서 왈츠의 배경이 된 시칠리아와 빈을 다녀와 그 느낌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 씨는 요즘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1년 전 공연을 위해 내한했을 때 경호원이 ‘싸이질’을 하는 것을 보고 자기 것도 꾸며 달라고 했던 것. 그는 ‘조수경’이란 이름으로 댓글도 직접 달고, 무대 위가 아닌 일상 속의 생활을 담은 사진과 글을 올린다. 그는 “무대 위에서는 ‘조수미’라는 예명으로 살고 있지만, ‘조수경’은 일상인으로서의 나의 모습”이라며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소녀 적 심성을 다시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여느 때처럼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조 씨의 공연을 위해 특별한 드레스 네 벌을 준비했다. 조 씨는 “무척이나 ‘엘레강스’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나는 드레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함께 무대에 서는 독일 출신 테너 폴커 벵글 씨를 사진으로 보니 무척 꽃미남인 것 같다”면서 “분위기가 좋으면 무대에서 듀엣으로 왈츠도 보여 드릴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5만∼12만 원(의정부), 4만∼15만 원(서울). 02-599-5743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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