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일본의 공신력 있는 음반 차트인 ‘오리콘’은 이들이 데뷔 15년 만에 음반 판매량(싱글, 앨범) 5000만 장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HMV의 한 직원은 “손님들이 음반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차트 기록”이라고 말했다.
○ 공신력 없는 한국 가요계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차트인 빌보드지는 지난해 말부터 차트 60주년을 기념해 1946년부터 60년간 매해 인기 있었던 싱글, 음반 차트를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1946년 페리 코모의 ‘프리즈너 오브 러브’부터 2005년 머라이어 캐리의 ‘위 빌롱 투게더’까지 60년 팝 역사를 한눈에 짚을 수 있다. 빌보드지 역시 “과거에 비해 사이트 접속 건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오리콘 차트나 미국 빌보드 차트는 단순한 순위, 판매량을 넘어선 가수들의 권위가 담긴 하나의 ‘기록 문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공신력 있는 가요 차트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 1980, 90년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KBS ‘가요톱10’이나 도서출판 ‘뮤직박스’에서 발행된 ‘뮤직박스 차트’ 정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다 사라졌고 방송, 온라인 등의 군소 차트만이 존재할 뿐이다.
○ 기록 문화의 부재…뿌리 흔들리는 가요계
현재 음반 판매량은 한국음악산업협회에서 각 소속사의 통계 자료를 받아 정리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1999년 이전 자료는 없다. 한국음악산업협회의 유재윤 전 사무부장은 “과거 가요계의 경우 가수들은 방송 출연, 인기 등에 더 신경을 썼고 일부 소속사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판매량을 드러내지 않는 등 통계나 기록에 대해 중요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과거 인기 가수들이 변방으로 몰리는 등 ‘기록 문화’의 부재는 결국 가수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데 일조를 한 셈이다. 오랜만에 가요계를 찾은 30, 40대 가수들이 10대들로부터 ‘신인가수’ 취급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가요 차트의 부재는 가요계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온라인 음악 차트라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코하마=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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