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달라졌어요. 과거 울분을 원 없이 터뜨린 게 ‘sg워너비식’이라면 이제는 절제라고 할까요. 근데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더 슬퍼요. 하하.”(김용준)
6일 발매되는 네 번째 앨범을 들고 나타난 sg워너비는 확실히 달라졌다. 힘찬 대답도, 생글생글 웃음도 낯설었다. ‘소몰이 창법의 대가’, ‘미디엄템포 발라드 그룹’으로 점철됐던 이들의 ‘우울 시대’는 이제 끝인 걸까.
“음반 3장 발표하면 다음 앨범에서는 스타일 고집이냐 변신이냐를 놓고 고민한다는데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죠. 하지만 우리는 유행을 선도하는 그룹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민도 짧게 했어요. 전 세대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게 결론이었죠.”(채동하)
2004년 데뷔해 2집 ‘살다가’로 4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며 온·오프라인을 석권한 이들. “누님, 아줌마 팬들이 저희 몸을 거리낌 없이 만질 정도로 편하게 대해 주신다”는 이들의 말처럼 sg워너비는 10대 아이돌 가수 일색인 현 가요계에 폭넓은 연령층에서 사랑받는 신세대 가수로 통한다. 그 인기의 비결은 바로 ‘소몰이 창법’으로 대표되는 한 서린 발라드. 그러나 어느덧 중견가수로서 새 시대를 맞는 이들의 다음 과제는 ‘국악’이었다.
“사실 국악이 저희에게 생경한 것은 아니에요. ‘살다가’나 ‘내 사람’ 같은 예전 곡들에도 간주 부분에 해금 연주가 삽입됐죠. 특히 전 안양예고 시절 부전공이 ‘경기민요’였는데 당시 가수 세븐하고 함께 수업을 받으며 ‘밀양 아리랑’이나 ‘뱃노래’ 같은 민요를 가요나 리듬앤드블루스처럼 꺾어 불렀어요. 물론 선생님한테 무척 혼났죠.”(김용준)
시작부터 장구의 울림이 예사롭지 않은 타이틀곡 ‘아리랑’은 대중성 짙은 팝 스타일의 멜로디에 굿거리장단, 소리꾼 박애리의 코러스가 얽힌 독특한 곡. 힙합 스타일의 ‘은(恩)’과 옥주현이 함께 부른 ‘한여름 날의 꿈’ 등도 과거 이들 스타일의 발라드와 동떨어져 있다. 창법 역시 달라졌다. 전형적인 sg워너비 발라드인 ‘가시나무새’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는 ‘소’를 연상케 하지 않는, 곧은 목소리가 입혀져 있었다.
“솔직히 창법에 신경 쓰여요. 나는 그냥 노래할 뿐인데 한번은 화면 옆에 ‘소’ 열댓 마리가 울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됐는데 처음엔 기분 나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거 의식하면서 부르니 나 스스로 감정을 계산하게 되더군요. 노래에서 중요한 건 느낌이지 창법은 겉모양일 뿐이거든요.”(김진호)
음악에 대한 열의만큼이나 이들은 이뤄놓은 것도 많다. 데뷔한 지 만 3년. 최고 음반 판매량, 골든디스크 등 ‘감투’가 늘어날수록 고스란히 부담으로 쌓인다는 이들. 노래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음악에 대한 최종 목표를 아직 잡지 못해 ‘한순간 모두 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늘 싸우는 중이란다.
“많은 분이 우리 나이가 많은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데 사실 우린 ‘동방신기’랑 동갑이에요. 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훨씬 많기에 그저 외국 그룹들처럼 오랫동안 함께하는 게 꿈이에요. 언젠가 ‘sg’의 뜻을 물어본다면 ‘sg워너비’ 그 자체로 해석될 수 있는 그날까지….”(김진호)
그러자 이들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sg’는 섹시가이 아냐? 흐흐흐.” 삼총사는 더는 우울하지 않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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