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봉우재 중간쯤. 가파른 산기슭에는 도솔암이 깃들어 있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니 저 아래 흥국사가 보인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산길에서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등 뒤에 남겨둔 진달래꽃 산경 때문이다. 정상에서 내리닫이로 달리던 마루금이 바닥(봉우재)을 치고 다시 팔팔하게 살아 오른 그 끝 450봉 산자락의 진분홍빛 진달래 풍경이다. 그러나 이건 전주곡에 불과하다. 영취산 진달래 풍경은 4악장의 장대한 교향곡이다. 그러니 전주곡만 듣고 자리를 뜨는 잘못을 범하지 말지어다.
이정표를 보니 여기 정상으로 치닫는 등산로는 세 방향이다. ‘봉우재 0.6km, 흥국사 1.8km’가 한 방향, ‘골맹이재 3.8km, 돌고개 행사장(축제 현장) 3.7km’가 또 다른 방향. 이제부터다. 진분홍빛 꽃무리로 세기의 장관을 연출하는 진달래꽃밭 트레킹은. 그 풍경을 보자면 돌고개 길로 들어선다. 돌고개 군락지를 한가운데로 통과하며 좌우로 펼쳐진 정상 군락지와 개구리바위 군락지의 진달래꽃밭을 두루 감상할 수 있어서다. 영취산에는 봉우재까지 포함해 군락지가 모두 다섯 곳(총 15만 평 추정)이다.
돌고개로 내려서는 도중 진달래꽃 터널을 지난다. 2m를 훨씬 넘는 듯한 큰 키. 이 때문에 영취산에서는 꽃밭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꽃숲까지 있으니까. 산자락의 군락지는 한눈에 확인된다. 산등성에 온통 진분홍빛 꽃물결을 이루고 있어서다. 저렇게 많은 진달래꽃, 저렇듯 화려한 산색, 저렇듯 넓은 꽃 군락. 이제껏 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 볼 가능성도 없을 것 같은 화려강산의 백미다. 난생 처음, 상상조차 못한 풍경 앞에 선 사람들. 그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데 대한 자랑스러움과 더불어.
○여행 정보
◇여수 거북선 대축제 ▽개요 △기간: 10∼14일 여수시내 및 해양공원 △홈페이지: www.yeosugeobuksun.com 061-690-2287 ▽특징=세계박람회(BIE) 실사단이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신청한 여수의 준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기간에 맞춰 여는 행사. 그런만큼 특별한 볼거리가 많다. △진남제&삼도수군통제영 둑제(11일): 규장각 문서로 고증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출정제례. △세계불꽃축제: 11일 오후 8시, 14일 오후 9시 해양공원 일대. 불꽃놀이와 함께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선뵌 ‘멀티미디어불꽃쇼’ 형식의 초대형 불꽃·조명 쇼가 한국과 이탈리아, 독일에서 초빙한 테크노아트 예술가들에 의해 선뵌다. 내용은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을 담은 실사단에 대한 환영.
○패키지 여행
여수의 진달래꽃(영취산)과 광양불고기, 거북선대축제를 각각 즐기는 버스투어(하루 일정)가 마련됐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영취산 진달래꽃: 7, 8일 출발, 4만3000원 △광양불고기 맛 투어: 10일 출발, 백계산 동백림과 화개장터 벚꽃. 5만3000원 △거북선대축제: 11일 출발. 광양불고기 시식 후 오동도 답사, 불꽃축제 감상. 5만3000원.
여수·광양=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혀에 살살 녹는 원조집 광양불고기
큰길에서 우회전해 곧장 나가 광양시내 시계탑을 지나 우회전하면 읍내리 공영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주차하고 바로 옆 상설시장 안에 들어서면 식당이 있다. 옛 읍사무소 자리에 지은 23년 된 낡은 건물. 그 외관부터 음식 역사가 엿보인다.
주문을 하자 참숯이 벌겋게 이글거리는 놋쇠화로가 구리석쇠를 얹은 채 상 위에 놓인다. 이윽고 들여온 불고기. 여리게 양념한 주물럭(등심)인데 그 옆에 양념한 곱창도 세 점이 보인다. 숯불에서 연기를 피우며 구워지는 고기. 냄새도 냄새지만 고기에 밴 신선한 육즙이 양념과 함께 배어나와 입안에 들어갈 때까지 고기가 촉촉하다. 그 맛. 어릴 적 먹던 옛날 불고기 맛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 속의 그 맛이다.
“주문 즉시 양념을 해야 고기가 이렇게 빨갛지요. 안 그러면 시커멓게 변해요.” 식당 여주인 정순엽 씨의 설명. 정 씨는 1984년부터 시어머니를 도와 일해 왔다. 시어머니가 이 시장통에서 식당을 연 것은 1957년. 무려 50년 역사다. “여기(시장)가 광양불고기 발상지인 셈이지요. 원조 격 식당은 모두 다섯 집인데 현재는 세 집만 시장 안에 있어요.”
불고기는 1인분에 1만3000원.
▽식당 정보=광양시 광양읍 읍내리 239-32 상설시장 안. 061-763-3777, 761-6006.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