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여수 영취산 진달래에 취하면 약도 없다

  • 입력 2007년 4월 6일 03시 31분


코멘트
영변의 약산 진달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없으나 영취산에 올라 산허리를 뒤덮은 이 진달래꽃 숲에 빠지고 나면 소월의 시심을 자극한 그 진경이 어느만큼은 가늠된다. 정상 아래 돌고개 군락지의 진달래꽃으로 지난달 30일 촬영한 것. 여수=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영변의 약산 진달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없으나 영취산에 올라 산허리를 뒤덮은 이 진달래꽃 숲에 빠지고 나면 소월의 시심을 자극한 그 진경이 어느만큼은 가늠된다. 정상 아래 돌고개 군락지의 진달래꽃으로 지난달 30일 촬영한 것. 여수=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영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본 봉우재 근방 450봉 산자락의 진달래 군락지.
영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본 봉우재 근방 450봉 산자락의 진달래 군락지.
장원회관 여주인 정순엽 씨가 참숯화로에 얹은 구리석쇠에 불고기를 굽고 있다. 불고기는 주문 즉시 양념해 손님상에 낸다.
장원회관 여주인 정순엽 씨가 참숯화로에 얹은 구리석쇠에 불고기를 굽고 있다. 불고기는 주문 즉시 양념해 손님상에 낸다.
《하필이면 영변이고 갈 데 없어 여수일까. 봉우재를 뒤로 하고 영취산(510m) 정상을 향해 오르던 가파른 산길. 그 40분 내내 머릿속에는 이 생각뿐이었다. ‘하필’이란 북한의 핵 재처리시설과 연료봉 저장고가 영변에 들어섬을 말함이요, ‘갈 데 없어’라는 책망은 영취산 바로 밑 바닷가를 차지한 거대 정유시설을 이름이다. 천자만홍(千紫萬紅)의 약산(평북 영변군 영변읍), 그 약산을 쏙 빼닮았다는 여수 북동쪽의 영취산. 두 산의 진달래야말로 북과 남의 자연이 희망의 봄에 만물을 향해 보내는 감사의 메시지다. 지루하고 긴 무채의 겨울을 견딘 노고를 위로하며. 그런데 21세기 문명은 이 상춘의 고아한 춘색마저 결정적으로 흠내고 있으니. 그 아쉬움이 어디 한탄과 책망으로만 끝날 것인가.》

정상과 봉우재 중간쯤. 가파른 산기슭에는 도솔암이 깃들어 있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니 저 아래 흥국사가 보인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산길에서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등 뒤에 남겨둔 진달래꽃 산경 때문이다. 정상에서 내리닫이로 달리던 마루금이 바닥(봉우재)을 치고 다시 팔팔하게 살아 오른 그 끝 450봉 산자락의 진분홍빛 진달래 풍경이다. 그러나 이건 전주곡에 불과하다. 영취산 진달래 풍경은 4악장의 장대한 교향곡이다. 그러니 전주곡만 듣고 자리를 뜨는 잘못을 범하지 말지어다.

드디어 정상이다. 사람들이 진례봉이라고 부르는 이곳. 남해의 푸른 바다와 섬이 두루 발 아래 놓였다. 저쪽은 광양만, 이쪽은 여수. 직선의 해안선이 눈길을 붙잡는다. 여수공단의 간석지가 모두 공장용지로 개발된 덕이다. 자연스러운 맛은 없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언제나 시원하게 가슴을 뚫어 준다. 더 멋진 것은 산에서 만나는 바다다. 그 풍경이 감동적이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정표를 보니 여기 정상으로 치닫는 등산로는 세 방향이다. ‘봉우재 0.6km, 흥국사 1.8km’가 한 방향, ‘골맹이재 3.8km, 돌고개 행사장(축제 현장) 3.7km’가 또 다른 방향. 이제부터다. 진분홍빛 꽃무리로 세기의 장관을 연출하는 진달래꽃밭 트레킹은. 그 풍경을 보자면 돌고개 길로 들어선다. 돌고개 군락지를 한가운데로 통과하며 좌우로 펼쳐진 정상 군락지와 개구리바위 군락지의 진달래꽃밭을 두루 감상할 수 있어서다. 영취산에는 봉우재까지 포함해 군락지가 모두 다섯 곳(총 15만 평 추정)이다.

돌고개로 내려서는 도중 진달래꽃 터널을 지난다. 2m를 훨씬 넘는 듯한 큰 키. 이 때문에 영취산에서는 꽃밭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꽃숲까지 있으니까. 산자락의 군락지는 한눈에 확인된다. 산등성에 온통 진분홍빛 꽃물결을 이루고 있어서다. 저렇게 많은 진달래꽃, 저렇듯 화려한 산색, 저렇듯 넓은 꽃 군락. 이제껏 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 볼 가능성도 없을 것 같은 화려강산의 백미다. 난생 처음, 상상조차 못한 풍경 앞에 선 사람들. 그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데 대한 자랑스러움과 더불어.

○여행 정보

◇찾아가기 ▽영취산 △진달래 트레킹: 한전사옥, 흥국사, 돌고개 등 세 루트 가운데 진달래꽃 감상에는 돌고개 길이 가장 좋다. 대개는 흥국사 길(3km)로 오르는데 오르는 내내 진달래를 볼 수 없어 따분하고 힘들다. 돌고개 행사장(예비군 훈련장)∼임도∼봉우재∼도솔암∼돌고개∼돌고개 행사장(혹은 거꾸로)을 권한다.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내려오는 데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돌고개 행사장은 GS칼텍스(여수공장) 정문 건너 예비군훈련장에 있으며 등산로 입구(임도)는 그 옆에 있다. 진달래 축제는 1일 끝났지만 꽃은 주말(8일)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등산로 입구(돌고개 행사장): 전남 여수시 월내동 1056. 대전통영고속도로∼진주갈림목∼남해고속도로∼광양나들목∼국도 2호선(목포 방향)∼국도 17호선∼여수공항∼석창사거리∼좌회전(여수공단)∼중흥삼거리∼두암삼거리∼오른쪽 길∼GS칼텍스 여수공장

◇여수 거북선 대축제 ▽개요 △기간: 10∼14일 여수시내 및 해양공원 △홈페이지: www.yeosugeobuksun.com 061-690-2287 ▽특징=세계박람회(BIE) 실사단이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신청한 여수의 준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기간에 맞춰 여는 행사. 그런만큼 특별한 볼거리가 많다. △진남제&삼도수군통제영 둑제(11일): 규장각 문서로 고증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출정제례. △세계불꽃축제: 11일 오후 8시, 14일 오후 9시 해양공원 일대. 불꽃놀이와 함께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선뵌 ‘멀티미디어불꽃쇼’ 형식의 초대형 불꽃·조명 쇼가 한국과 이탈리아, 독일에서 초빙한 테크노아트 예술가들에 의해 선뵌다. 내용은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을 담은 실사단에 대한 환영.

○패키지 여행

여수의 진달래꽃(영취산)과 광양불고기, 거북선대축제를 각각 즐기는 버스투어(하루 일정)가 마련됐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영취산 진달래꽃: 7, 8일 출발, 4만3000원 △광양불고기 맛 투어: 10일 출발, 백계산 동백림과 화개장터 벚꽃. 5만3000원 △거북선대축제: 11일 출발. 광양불고기 시식 후 오동도 답사, 불꽃축제 감상. 5만3000원.

여수·광양=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혀에 살살 녹는 원조집 광양불고기

남해고속도로의 광양 요금소. ‘광양불고기’ 먹으러 주로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요금소의 여직원이 하는 말. “장원회관요. 근처에 가서 물어 보시면 다 알아요.”

큰길에서 우회전해 곧장 나가 광양시내 시계탑을 지나 우회전하면 읍내리 공영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주차하고 바로 옆 상설시장 안에 들어서면 식당이 있다. 옛 읍사무소 자리에 지은 23년 된 낡은 건물. 그 외관부터 음식 역사가 엿보인다.

주문을 하자 참숯이 벌겋게 이글거리는 놋쇠화로가 구리석쇠를 얹은 채 상 위에 놓인다. 이윽고 들여온 불고기. 여리게 양념한 주물럭(등심)인데 그 옆에 양념한 곱창도 세 점이 보인다. 숯불에서 연기를 피우며 구워지는 고기. 냄새도 냄새지만 고기에 밴 신선한 육즙이 양념과 함께 배어나와 입안에 들어갈 때까지 고기가 촉촉하다. 그 맛. 어릴 적 먹던 옛날 불고기 맛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 속의 그 맛이다.

“주문 즉시 양념을 해야 고기가 이렇게 빨갛지요. 안 그러면 시커멓게 변해요.” 식당 여주인 정순엽 씨의 설명. 정 씨는 1984년부터 시어머니를 도와 일해 왔다. 시어머니가 이 시장통에서 식당을 연 것은 1957년. 무려 50년 역사다. “여기(시장)가 광양불고기 발상지인 셈이지요. 원조 격 식당은 모두 다섯 집인데 현재는 세 집만 시장 안에 있어요.”

불고기는 1인분에 1만3000원.

▽식당 정보=광양시 광양읍 읍내리 239-32 상설시장 안. 061-763-3777, 761-6006.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