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동화 작가로 알려진 저자가 한국판 ‘샬롯의 거미줄’을 썼다. 아기돼지 윌버에게 농장주인 딸 펀과 거미 샬롯이 있듯이 송아지 달소에게는 집주인 아들 민구와 산토끼가 있다.
민구네 집 암소 ‘깊은 우물’이 새끼를 낳는다. 초등학교 2학년 민구는 달이 환한 밤에 태어난 송아지란 뜻으로 ‘달소’라 부르며 아낀다. 이 달소가 주인공이다. 달소는 민구네 집 안팎의 동물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알아 간다.
달소의 눈에 비친 동물들은 사람들과 똑같다. 사납지만 속은 다정한 개 누렁이, 욕쟁이 쥐 상이군인 할머니, 싸움 잘하는 장닭 물똥이, 겁 많은 수탉 겁대가리, 수다 떨기 좋아하는 산토끼…. 집 안에 사는 동물엔 ‘이름’이 있지만 산토끼처럼 가끔 오는 동물에겐 이름이 없다!
신기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았던 달소 역시 성장통을 겪는다. 엄마 깊은 우물이 팔려 가고 암소 왕눈이를 만나 좋아하게 되고 코뚜레를 하고 쟁기질을 배운다. 더구나 민구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자신도 팔려 갈 위기에 놓인다.
어느덧 어른 소가 된 달소는 이를 운명으로 생각하며 받아들이지만 상이군인 할머니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자 도망친다. 이 와중에 달소는 사람들 앞에서 트럭을 끄는 놀라운 힘을 보여 준다. 이를 계기로 달소는 팔리는 대신 소싸움 대회에 나가게 된다.
동물들의 눈으로, 동물들의 얘기를 하는 생태동화의 재미는 감정이입이 잘된다는 데 있다. 달소가 뿔이 나려고 할 때는 함께 머리가 간지럽고 왕눈이를 만났을 때는 달소처럼 괜히 설레고 기쁘다. “차갑던 겨울바람도 점점 무디어졌다…햇살의 꼬리도 조금씩 길어졌다” “깊어 가는 밤하늘에 떠 있던 별들은 너무 여물어서 그만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같은 구절에서는 사람들이 보지 못한 자연의 비밀을 달소와 나누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힘 있는 먹 선과 펜 선에 뿌리기와 긁기 같은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 삽화도 인상적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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