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사람이 평생 한 짐승을 ‘해로운 분신’ 또는 ‘평화의 분신’으로 거느리고 산다는 설화가 있다. 아프리카 콩고 출신 작가 알랭 마방쿠는 이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책을 썼다.
화자인 가시도치 ‘느굼바’는 ‘키방디’라는 사람의 해로운 분신. 주인의 뜻을 받들어 못된 짓을 도맡는 역할이다. 소설은 키방디가 죽은 뒤 느굼바가 그간의 삶을 회고해 들려주는 형식. 마을 처녀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키방디는 느굼바에게 여자를 없애도록 사주한다. 느굼바가 가시바늘로 여자를 찔러 죽인 게 첫 살인. 키방디를 비웃거나 돈을 안 갚아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직접 피를 묻힌 건 짐승이지만, 짐승보다 더한 게 인간 아니냐고 묻는 가시도치 느굼바. 이 책은 결국 ‘인간론’이 담긴 철학적 우화다. 마침표 없이 쓰는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가시도치의 수다는 시끄러우면서도 리듬감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2006년)을 수상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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