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현대예술은 한판 사기… 비너스는 폐결핵환자”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왼쪽)과 결핵 환자의 X선 촬영 사진. 비너스의 왼쪽 가슴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처져 있는 것으로 보아 결핵 환자임에 틀림없다고 ‘그림 속의 의학’의 저자는 진단한다. 사진 제공 일조각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왼쪽)과 결핵 환자의 X선 촬영 사진. 비너스의 왼쪽 가슴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처져 있는 것으로 보아 결핵 환자임에 틀림없다고 ‘그림 속의 의학’의 저자는 진단한다. 사진 제공 일조각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에프라임 키숀 지음·반성완 옮김/201쪽·1만1000원·마음산책

◇그림 속의 의학/한성구 지음/343쪽·2만3000원·일조각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는 헝가리 출신의 미술사가가 작심하고 퍼붓는 현대미술 비판이다. 비판은 어제나 흥미로운 법.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들’(약상자 4개를 쌓아놓은 작품)에 대해 “여기에 무슨 시대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가 있는가. 그저 코미디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전위 예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에 대한 평가는 더욱 신랄하다. “현대 예술의 엉터리 이념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보이스는 그림을 그릴 줄도 모르면서 칭송받는 예술가가 되었다.”

20세기 후반 일부 작가들의 무의미한 실험, 실험을 위한 실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심지어 “광기”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책을 읽으며 ‘속이 후련하다’고 생각할 독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림 속의 의학’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호흡기 내과 의사의 눈으로 보면 이 비너스는 결핵환자다. 왼쪽 폐가 망가진 결핵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저자는 또 일본화가 나카무라 쓰네의 ‘두개골을 들고 있는 자화상’을 보곤 “그림을 그리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결핵으로 죽었을 것”으로 진단한다. 그림 속 인물을 진단하는 의사의 눈, 놀랍고 신기하다.

우리의 18세기 그림 ‘이 잡는 노승’과 서양의 17세기 그림 ‘거지 소년’을 보면서 기생충 이야기를 해주는 등 그림에 얽힌 의학 이야기도 재미있다. 책을 읽고 나면 병원 진료실에 걸린 그림이 범상치 않게 느껴질 것 같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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