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싼맛에 샀다간… ‘진짜 같은 가짜’ 구별 요령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어느 쪽이 진품일까 이중섭의 ‘황소’. 왼쪽이 진품이다. 오른쪽 위작은 선이 거칠고 색감도 다르다. 전문가들은 정상가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사겠다는 심리가 위작을 낳는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어느 쪽이 진품일까 이중섭의 ‘황소’. 왼쪽이 진품이다. 오른쪽 위작은 선이 거칠고 색감도 다르다. 전문가들은 정상가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사겠다는 심리가 위작을 낳는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 논란에 이어 최근 미술품 전문 위조단이 적발되면서 수집가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 수집가는 “운보의 작품을 계약했는데 어떻게 하면 감정 받을 수 있느냐”며 문의 전화를 해 왔다. 특히 미술품 수집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초보 수집가들은 고가 작품이 상당수 가짜가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집가가 싼값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가짜’가 설칠 공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가짜를 피할 수 있는 상식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규일 최석태 김달진 류석우 씨, 최병식 경희대 교수, 이숙영 예화랑 대표, 김순응 K옥션 대표의 조언을 정리했다.

▽싸게 사겠다는 마음부터 버려라=시가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사겠다는 마음이 ‘가짜’가 노리는 곳이다. 안목에 비해 욕심이 지나친 수집가야말로 위조단의 먹잇감이다. 좋은 작품을 정당한 가격에 사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라.

▽아트페어나 공인된 전시에 나온 작품을 골라라=이런 곳은 수많은 미술인이 오기 때문에 ‘가짜’를 내걸기 어렵다. 아트페어(미술품 시장) 참가 화랑이 사전에 검증을 거치기도 한다. 이런 대규모 전시에선 “저 작품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해당 화랑의 신용은 추락한다.

▽신뢰할 수 있는 화랑이나 경매 회사를 통하라=화랑이나 경매회사가 작품의 진위를 100% 보장하지 못할 때도 있다. 감쪽같은 위작도 있기 때문이다. 한 화가는 위작된 자신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을 정도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화랑이나 경매 회사는 판매 작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돈을 돌려준다. 화랑이나 경매회사는 신뢰와 평판이 생명이므로 혹 문제가 생겨도 해결된다. 화랑 운영진의 정보와 작품 관리 능력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고가의 작품은 감정서를 요구하라=근현대 미술품의 경우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유료로 진위와 시가 감정을 해 준다. 한국에서 감정 받을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프랑스의 경우 개인 감정사들이 활동하고, 카탈로그 레조네(전 작품 도록)가 정착되어 있지만, 한국에서 개인 감정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 가끔 감정협회의 실수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유명 작가의 경우 잘못 감정할 가능성이 낮다.

▽가능한 한 그림의 ‘호적’이나 거래 증명서를 확보하라=이런 제도는 국내 미술계에 정착되지 않았으나 이처럼 유통경로를 투명하게 밝힐 수 있으면 안전하다. 감정은 전문가의 영역이므로 수집가들은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 작품 뒤에 작가가 직접 지문을 찍거나 작품의 거래 과정을 기록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사고파는 기록을 도록에 남기기도 한다.

가짜 미술품 피하는 상식 5계명
[1]싸게 사겠다는 마음부터 버려라
[2]아트페어나 전시에 나온 작품을 골라라
[3]공신력 있는 화랑이나 경매 회사를 통하라
[4]고가의 작품은 감정서를 요구하라
[5]그림의 거래증명서나 호적을 확보하라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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