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극장 주역급 활약 ‘러 인민예술가’ 남 류드밀라씨 숨져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옛 소련 당시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활약한 고려인 3세 여성 성악가 남 류드밀라(사진) 씨가 4일 오전(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60세.

남 씨와 친분이 깊었던 모스크바 고려인협회보 편집국장 천 발렌틴 씨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당뇨병 치료를 받아 온 남 씨가 4일 알마티 동생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으며 6일 장례식을 마쳤다”고 전했다.

고려인 3세로 알마티에서 태어난 남 씨는 1977년부터 1997년까지 옛 소련 최고의 극단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주역급 메조소프라노로 활약했다. 풍부한 성량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1987년 ‘러시아 공훈배우’, 2003년에는 ‘러시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내 고려인 및 한국 교민 생활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1990년 9월 동아일보가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아리랑 순회공연에 참석한 일도 있다.

남 씨의 집안은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연해주 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다. 두만강 북쪽 러시아 하산 인근에서 농사를 짓던 할아버지가 같은 해 ‘일제의 앞잡이’라는 밀고 때문에 총살을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남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리랑 공연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봄이 오면 병상에서 일어나 한국 기자들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의사인 남편과 변호사인 아들이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