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위화 씨 “엄숙주의 벗어버리자” 국경 넘어 의기투합

  • 입력 2007년 4월 11일 02시 59분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소설가 공지영 씨(왼쪽)와 중국 작가 위화 씨. 상하이=김지영  기자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소설가 공지영 씨(왼쪽)와 중국 작가 위화 씨. 상하이=김지영 기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한중작가회의에서 두 나라의 인기 작가들이 10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소설가 공지영(44) 씨와 소설 ‘허삼관 매혈기’ 등이 번역돼 국내에도 팬이 많은 중국 작가 위화(余華·47) 씨. 공 씨가 1997년 위 씨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의 번역 윤문을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으며, 2000년 성공회대 주최 포럼 때 서울에서 처음 만난 뒤 7년 만에 재회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동시대에 작가로 사는 젊은이’로서 ‘필’이 통했다는 두 사람. 인기 작가인 만큼 책이 얼마나 많이 팔리는가도 큰 관심사다. “돈을 많이 벌게 해 준 작품이 무언가”라는 위 씨의 질문에 공 씨는 “최근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많이 나간다”고 답한 뒤 “당신 소설은 초판 50만 부를 찍는다는데?”라고 물었다. 위 씨는 “중국은 해적판이 많아 아예 처음부터 초판을 많이 찍는다. ‘살아간다는 것’의 경우 100만여 부가 나갔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분주하게 소설을 쓰다가 수년간 창작활동을 멈췄던 경험도 공유한다. 위 씨는 “인터넷 시대의 충격, 소설이 이 시대에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에 빠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공 씨도 ‘소설이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학이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래도 계속 소설을 쓰는 것’으로 침체기를 벗어났다.

공 씨는 “문학의 엄숙주의와 20년을 갈등하면서 ‘어깨의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는데, 위 씨의 소설은 이미 힘이 빠져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 소설은 엄숙주의 대신 오락 기능을 추구하는데 당신의 문학은 어떤가?”라고 묻자 위 씨는 “그것은 우리 둘만이 아니라 앞으로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답했다.

위 씨는 “작가들이 자기도 읽기 싫은 작품을 독자에게 강요하고, 평론가들도 난해한 소설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엄숙주의 문학’을 꼬집기도 했다. 위 씨는 다음 달 연세대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방한하며, 새 소설 ‘형제’가 상반기 중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상하이=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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