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제작한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방에서 만든 뮤지컬로는 최초로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연출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호평에 힘입어 올해 서울로 ‘입성’해 평균 객석 점유율이 90%에 이를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경기 부천시민회관, 고양어울림누리,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이 4억7000만 원(복권기금 지원 2억5000만 원 포함)을 들여 제작한 오페라 ‘나비부인’은 객석 점유율 95%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부천시향과 의정부시립합창단이 연주를 맡는 등 공동 제작 덕분에 비용 절감과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다. 지방공연장들은 겉모양은 화려해졌지만, 알맹이는 없는 콘텐츠 부족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십억, 수백억 원씩 들여 건설한 지방의 문예회관은 유치원 재롱잔치, 음악학원 발표회 등 ‘동네 잔치마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 “상주 오케스트라 창단 등 시설활용 늘려야”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55개 문예회관의 평균 공연 일수는 176일. 콘텐츠 부족으로 문을 여는 날보다 문을 닫는 날이 많았다. 또한 이 중 40%가량의 공연 예산이 ‘0’원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 중 치적’으로 문예회관 신축에는 큰 관심을 쏟지만 공연 내용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5월 1일 개관하는 고양아람누리는 한강 북쪽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의 복합공연단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내세울 만한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이 적어 빈축을 사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과 공동 제작한 발레 ‘춘향’을 제외하면 국립국악원의 ‘봉래의’,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 등 기존 단체의 작품을 재탕한 것들이 상당수다.
부천필의 임헌정 지휘자는 “훌륭한 콘서트 전용홀을 지었으면 외국처럼 상주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문화 생산의 장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지 못한다면 공연장은 외국 오케스트라에 돈만 퍼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市 산하 공무원 아닌 민간전문인이 운영해야
문예회관 중 민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곳은 경기 성남 부천 고양시, 경남 김해시 등 9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시 산하 공공사업소 형태로 공무원이 직접 운영한다. 공연장 인력의 전문성 부족은 콘텐츠 부실로 이어진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는 2004년부터 복권기금을 통해 지방공연장에 프로그램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일부 예산을 출연하면 재정자립도에 따라 60∼80%의 공연 예산을 지원해 주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올해 지원 예산은 70억 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최준호(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교수는 “지방 공연장들이 예산 부족만 탓할 것이 아니라 타 공연장과의 공동 기획, 대관, 프로그램 교환, 기금 활용 등으로 활로를 찾는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관객 교육과 아마추어 활성화, 지역예술축제와의 연대 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지방공연장 성공비결
지방 공연장들이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주민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공연장들이 토착화 전략을 펴고 있다.
경기 성남아트센터는 분당이 베드타운인 점을 고려해 오후 9시에 시작하는 ‘수아레 콘서트’를 20일부터 개최한다. 저녁 공연은 대부분 오후 8시에 시작하지만 이 지역 주민 중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의 퇴근 및 저녁식사 시간을 감안한 것이다. 5월 1일 개관하는 고양아람누리는 공연 문화 정착을 위해 서포터스 육성에 나섰다. 아람누리는 3월 공연을 지원할 4개 공연팀과 관객 서포터스 159명을 선발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대구에 음악대학이 많은 특징을 살려 매년 5월 대학음악제를 열고 있다. 올해 4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영남대 경북대 등 4개 대학이 참여한다.
경기 안산시는 5월 4∼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야외공연장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제3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연다. 나이 어린 자녀가 많은 안산신도시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거리극을 선보인다.
강원 동해시는 2000년도부터 국립극단과 자매결연을 해 여름방학 때 중고교생을 상대로 한 ‘청소년 연극캠프’를 열어 왔다. 국립극단은 매년 동해시를 찾아 ‘인생차압’ ‘태’ 등 극단의 대표작들을 무대에 올린다. 동해시 공연기획 담당 최성규 씨는 “아이들이 문화예술인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소개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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