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국수 김인 9단의 말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벨뷰룸에서 한국 바둑의 최정상을 가리는 국수전 50주년 기념식과 국수 도전기를 총정리한 기보집 ‘국수산맥’(동아일보사) 출판 기념식이 열렸다.
국수전은 1956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 조남철(2006년 타계) 9단이 첫 국수에 올랐으며 올해 50기 국수(윤준상 6단)를 낳았다. 국수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바둑 바람을 일으키자 왕위전(1965년) 기왕전(1967년) 등 다른 기전이 잇달아 생겨났다.
10연패를 포함해 모두 16차례 국수에 오른 조훈현 9단은 “처음 국수에 올랐을 때는 청년이었는데, 이제 국수전과 함께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16, 17기 정상에 오른 윤기현 9단은 “당시 바둑 기보를 실으려면 돈을 내라는 신문도 있었는데 동아일보가 처음으로 대국료를 주며 바둑인을 국수전으로 모여들게 했다”며 “한국 바둑이 세계 정상의 바둑으로 성장한 것은 모두 국수전의 공”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은 “50여 년 한국 바둑사를 써 내려온 신구 바둑인들이 오늘 한자리에 모여 상당히 뜻 깊다”고 말했다.
허동수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국수전은 바둑인이라면 누구나 흠모하는 자리이며 바둑 청년의 이상향”이라며 “우리 바둑계의 자존심이자 상징인 국수전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또 김기춘 의원은 기보를 허가 없이 복사하거나 유통할 수 없게 하는 입법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역대 국수는 각자 바둑알을 집은 자신의 손을 본뜬 순동 조형물을 받았다. 루이 9단의 경우 바둑알을 놓을 때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버릇까지 그대로 묘사돼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국수전 관전기를 28년간 집필했던 정동식 5단은 감사패를 받았다.
또 3월에 끝난 50기 국수전 시상식도 함께 열려 윤준상 6단과 이창호 9단이 우승자와 준우승자 타이틀을 받았다. 아마국수전 시상식에서는 우동하 아마 7단과 황진영 아마 5단이 각각 시상대에 올랐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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