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학생들의 생각을 따져 보는 시험이다. 그래서 논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나만의 관점과 논리를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13편의 소설과 희곡을 대상으로 이 책은 문학과 철학의 만남을 꾀한다. 고전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이에 상응하는 철학적 해석을 곁들여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마련하자는 의미다.
저자가 강조하듯 ‘해석’은 이 책의 특별한 메뉴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가치를 밝히는 분석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해석’은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가 새로운 지혜를 배우고 자기 발전의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다. 창작물을 오직 작가의 뜻을 읽어 내는 작품으로서보다는 독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는 텍스트로 대하는 일이 바로 ‘해석’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예로 들어 보자.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한 마리의 흉측한 곤충으로 변한 그레고르는 가족의 냉대와 폭력, 증오 속에서 고독한 죽음을 맞는다. 가족의 생계와 빚 때문에 인간적인 대우와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죽음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변신’이라는 대담하고도 기발한 장치를 끌어들여 카프카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할 가족 간의 사랑마저 경제적 가치와 쓸모로 매겨지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를 꼬집는다.
마르셀의 말처럼 가정은 존재가 드러나는 장소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가족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변신’에 나오는 흉측한 곤충처럼 변한 인간들은 어떻게 다시 인간다운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 ‘집으로’와 소설 ‘삼포 가는 길’을 예로 들어 저자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을 모색하고 우리 가정과 우리 자신은 과연 가족적인지를 성찰하게 한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시와 영화를 넘나들며 저자는 우리에게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묻는다. 때로는 구원에 이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방법이, 때로는 자기 자신의 본래적 삶과 세상 사람으로서의 비(非)본래적 삶의 갈림길이 우리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 모두는 끝이 없는 길이지만 인간으로 남기 위해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이다.
철학 카페의 분위기는 느슨하고 자유롭다. 카페라테를 마실 것인지, 에스프레소를 즐길지는 독자의 입맛에 달려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독자는 한층 높아진 안목과 더 넓어진 자신을 느낄 것이다. 모두 풍부한 향과 독특한 맛을 지녔기 때문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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