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소년 사미르/다니엘라 카르미 글·백석봉 그림·홍성민 옮김/176쪽·8000원·꿈터(초등 3학년 이상)
신문이나 TV에서 전쟁에 대한 얘기를 전할 때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할까. 친구와 싸우고 돌아왔거나 전쟁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평화에 대한 얘기를 해 줄 수는 없을까.
두 책은 ‘전쟁’이란 어린이 책에서 흔치 않은 주제를 놓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전쟁과 평화’가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쟁을 설명했다면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르’는 1990년대 초 팔레스타인에서 한 소년이 겪는 전쟁을 동화로 풀어 간다.
‘두 얼굴의 역사’란 부제가 붙은 ‘전쟁과 평화’는 인간 사회에서 가장 높은 경지의 정치 행위가 바로 전쟁이라고 설명한다. 전쟁은 왕들의 거래이고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언제나 선량한 사람만을 학살한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진행된 평화를 향한 인간의 노력도 놓치지 않는다. 몇 년 전 나일 강의 물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신경전을 벌일 때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의 중재로 해결했다. ‘나일 강 유역구상’에 따라 상류에 있는 에티오피아는 더 많은 물을 사용하는 대신 에티오피아가 거둬들인 곡식을 식량이 부족한 이집트에 팔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 책은 더 나아가 당장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평화는 생명에 대한 바람과 같고 노력의 산물이다. 결코 우리가 눈을 떼서는 안 될 지평선이기도 하다. 저자가 프랑스인이어서인지 유럽 중심, 특히 프랑스 지식인들의 시각이 두드러진 것이 흠이다.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르’는 저자가 팔레스타인 사람이어서인지 새롭다.
팔레스티나 아랍인인 사미르는 자전거를 타다 시장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이스라엘 병원에 입원한다. 남동생 파디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죽은 사미르에게 이스라엘 병원은 불편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병원 사람들과 어린이 환자들은 사미르를 정답게 대한다. 사미르가 이스라엘인 요나탄, 루드밀라, 라디아, 차히와 우정을 쌓아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미르는 천문학자인 요나탄의 아버지를 보고 자신의 아버지도 천문학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외출금지령이 내려질 때마다 아버지는 이발소 문을 닫아야 하지만 별은 늘 하늘에서 반짝여 언제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인 대 이스라엘인’이라는 겉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우정에 의해 의미를 잃어 간다.
“사미르와 요나탄의 우정을 그린 이 책을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런 우정은 세계 어느 곳의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어린이는 정의감이 강하고 가장 윤리적이기 때문입니다.”(저자의 말)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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