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스파르타쿠스' 공연에서 발레리노 이원국(41)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 춤을 펼쳤다. 특히 노예출신 검투사들의 반란을 설득하는 1막 4장에서 노예 역을 맡은 한국 발레리노들과 하나가 된 춤사위는 소름이 끼칠 만큼 힘차고 강렬했다.
"스파르타쿠스가 자유를 위해 싸웠다면 제게 그 자유는 예술이었습니다. 한국발레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을 깨뜨리고 싶었어요."
발레의 본고장 러시아에서 한국과 러시아 발레단원이 동등하게 참여한 이번 공연의 의미가 달랐다는 얘기다.
"오늘 아침부터 후배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힘내십시오, 형님'이라며 장난스럽게 어깨를 주무르거나 자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더라고요. '얘들이 왜 이러나'했는데 그게 '자신들을 대표해서 한국발레의 한을 꼭 풀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니나 다를까 무대에 섰는데 13일 공연과 달리 노예들 군무의 각도나 동작이 마치 한 몸과 같더군요."
그랬다. 한국발레단원들은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전사들을 연상시켰다. 마지막 커튼 콜 시간에는 이원국 씨의 손짓에 맞춰 "핫"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깜짝쇼를 펼치며 그에게 아낌없는 경의를 표했다.
"무대 위의 그 짧은 순간 그들과 그런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발레는 정말 무언의 예술이었다. 세르게이 크룹코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 예술감독은 이날의 이원국을 이렇게 평했다.
"그는 오늘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내가 진짜 스파르타쿠스다!'라고."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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