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자들 ‘동양미술사’ 첫 집필

  • 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8분


한국인이 쓴 최초의 동양미술사 개론서가 나왔다.

한정희(중국회화사) 홍익대 교수, 이주형(인도불교미술사) 서울대 교수, 임영애(중앙아시아미술사) 경주대 교수, 배진달(중국불교미술사) 용인대 교수, 이미림(일본미술사) 성결대 교수 등 10명이 집필한 ‘동양미술사’(전 2권·총 724쪽·미진사).

국내 학자들이 다종다양한 동양 각국 미술의 역사를 정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미술사 연구가 동양 미술의 역사를 기술할 정도로 도약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집필진의 좌장 격인 한 교수가 이 책을 기획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2년 전인 2005년. 중국미술사와 동양미술사를 강의하는 과정에서 국내 학자가 쓴 깊이 있는 내용의 개설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외국인이 쓴 동양미술사 개설서(A History of Far Eastern Art, 개정동양미술전사·改訂東洋美術全史 등)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들 책은 1970년대 이전에 나온 것이어서 최근의 연구 성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데다 중국 일본 이외 지역의 미술이 너무 간단하게 취급되었다. 21세기 동양미술사로는 너무 구태의연한 내용이었다.

이번 책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래서 중국 일본은 물론 인도 서역(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미술까지 자세하게 기술했다. 특히 중국 일본의 경우 장르별로 전공자들이 별도로 집필해 내용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또 분야별로 최신의 연구 성과와 각종 미술 자료도 소개하고 있다. 사진도 풍부하게 실려 있어 전공자뿐만 아니라 동양 미술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읽어 볼 만한 책이다. 1, 2권 합쳐 총1100여 컷의 컬러 도판이 실려 이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해진다. 특히 책 본문 끝에는 한국을 중심으로 동양 각 지역의 비교 연표를 소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책 출간 그 이상이다. 바로 한국 동양미술사학계의 수준이 높아져 세계의 동양미술사 관련 출판을 선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 한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자력으로 동양미술사 개설서를 냈다는 건 정말로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게다가 책의 수준까지 매우 높습니다. 외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전 세계의 어떤 동양미술사 책보다 우수한 개설서라고 자부합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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