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92>民興無邪慝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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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단이나 조직의 발전은 대개 집단이나 조직의 책임자의 능력에 따라 나타난다. 리더가 훌륭하면 집단이나 조직의 발전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그러나 리더의 능력만을 탓할 수는 없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한 조직의 문화 수준은 거의 조직 구성원의 문화의 총화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국민이 항상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유이다.

民興無邪慝(민흥무사특)이라는 말이 있다. 民은 백성, 국민이라는 뜻이다. 興은 흥하다라는 뜻이다. 復興(부흥)은 다시 흥하다라는 말이고, 興盛(흥성)은 흥하여 활발해지다라는 말이다. 無는 없다라는 뜻이다. 無人(무인)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므로 無人之境(무인지경)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곳을 말하고, 無我之境(무아지경)은 나 자신이 없는 경지, 즉 나 스스로를 잊은 경지라는 말이다. 境은 곳, 장소, 경지를 뜻한다. 無上(무상)은 더 높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邪는 속이다, 악하다라는 뜻이다. 邪惡(사악)은 간사하고 나쁘다라는 뜻이며, 邪敎(사교)는 바르지 못한 종교라는 말이다. 邪行(사행)은 바르지 않은 행위이다. 慝은 악하다, 못되다, 속이다는 뜻이다. 邪慝(사특)은 속이고 못되다, 악하고 속이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民興無邪慝은 국민이 흥하면 간사하고 속이는 일이 없다, 즉 국민이 정신을 차리면 나라에 간사하고 속이는 무리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우리는 항상 정치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면서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정치인의 잘못을 탓한다. 그러나 정치인을 선택해 그들에게 정치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국민이다. 해결책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民興無邪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자.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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