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계-출판계 ‘조선 마이너리티’ 연구 붐
최근 발간된 ‘조선의 프로페셔널’은 조선 후기 활동했던 가수, 여행가, 조각가들의 삶과 활동을 정리한 책이다. 옛 문헌을 근거로 실제 인물을 기술한 이 책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발간 첫 주에 인문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이 책을 기획한 휴머니스트 선완규 편집주간은 “1990년대엔 독자들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당시 삶을 대략 훑어볼 수 있는 책을 찾은 반면 최근에는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대상은 천민 장애인이다. 2월 발간된 ‘문 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서해문집)는 도박꾼, 거지, 장인을 다룬 책이다. 평양 기생 66명을 다룬 ‘녹파잡기’(김영사)처럼 기생의 삶을 다룬 책들도 인기 소재다. 논문집 ‘조선시대사학보 36’에 ‘단성현 호적대장에 등장하는 장애인의 존재양태’가 실리는가 하면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문학동네)처럼 장애인을 다룬 책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들은 신분제 사회이자 사회복지 개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선의 ‘마이너리티’로 주목받고 있다.
양반에 대한 연구는 성리학 주류로부터 소외당했던 세력에 대한 분석이 많다. 다음 주 발간 예정인 ‘조선 중·후기 연구’(새문사)는 화담학파 양명학파 등 성리학 비주류에 대한 연구물이다. 저자인 신병주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원은 “이들은 이념 중심의 지식인 조선 사회에서 꾸준히 실용 정책을 지휘한 당시의 테크노크라트였다”고 평가한다.
‘조선시대 환관가족의 구성과 기능’(고문서연구 제26호) ‘조선후기 한 營吏(영리)의 일생’(사학연구 제82호) 등 환관이나 이속처럼 과거 주변 세력으로 연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간 세력들에 대한 연구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독자층의 인문학 수준 향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1990년대 이후 유홍준의 ‘우리문화유산답사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등이 나오며 대중의 관심이 넓어졌다는 것.
옛 기록의 독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신 연구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규장각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 보관되어 있던 고서들을 읽는 작업이 본격화됐고 시간을 요했던 그 작업들의 결과가 이제 서서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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