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한남동 ‘다락’ 오삼 불고기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부드럽게 씹히는 맛과 소스의 매콤함이 어우러진 오삼 불고기. 김갑식 기자
부드럽게 씹히는 맛과 소스의 매콤함이 어우러진 오삼 불고기. 김갑식 기자
고추기름으로 만든 소스… 매콤하면서 깔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락’(02-793-3634).

예닐곱 개의 테이블이 있고 메뉴판엔 청국장, 갈치조림, 만두, 황태구이, 오삼 불고기 등 다양한 음식이 적혀 있다.

가짓수가 많으면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 게 아닐까. 하지만 3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은자(58) 씨는 허투루 음식을 다루지 않는다. ‘세월의 숙성’을 거쳐 깔끔한 맛이 재료에 배어야 내놓는다. 특히 오삼 불고기 소스는 요리 전문가들조차 궁금해하는 특별한 맛이다.

○ 주인장의 말

오삼 불고기가 메뉴로 나온 지 10년쯤 됐습니다. 몇 년 걸려 자신이 생기면 메뉴를 추가하곤 했는데 오삼 불고기 소스는 마음에 차지 않아 좀 ‘징그럽게’ 고생했죠.

크게 밑간장과 육수, 고추기름 만들기, 숙성의 4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밑간장은 양파 마늘 생강 통후추를 넣고 양파가 뭉글뭉글해질 때까지 끓입니다. 여기에 진간장과 청주, 미림을 넣고 다시 끓여요. 그 다음으로 북어 머리에 양파, 대파를 넣어 육수를 우려냅니다.

우리 집 소스가 남다른 것은 고추기름을 직접 만들기 때문입니다. 갈아놓은 생강과 마늘, 고춧가루, 식용유를 넣고 끓이는데 반드시 잘 건조된 고춧가루를 써야 합니다. 청양 고추는 매운맛이 너무 강해 쓰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밑간장, 육수, 고추기름을 식힌 뒤 여기에 고춧가루, 간 마늘과 생강 약간, 양파, 설탕, 물엿, 소금을 섞어 냉장고(1∼2도)에서 1주일간 숙성시킵니다. 뜨거운 상태로 섞으면 매운맛이 달아나 버리기 때문에 식힌 상태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소스에서 중요한 것은 고춧가루와 소금입니다. 고춧가루는 봄에 씨를 안 뺀 것으로 1년간 쓸 것을 준비합니다. 수입 고추는 건조된 것을 써도 걸쭉한 맛이 나지 않아요. 소금은 부안에서 온 천일염을 씁니다. 6개월 이상 된 것을 써야 쓰거나 거친 맛이 나지 않습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그냥 쓸데없이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매운맛의 깔끔함이 인상적입니다. 그 맛도 금세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네요.

▽주인장=소스를 잘못 만들면 ‘지저분하게’ 맵습니다. 약간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운맛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중요합니다.

▽식=이렇게 소스를 만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나요.

▽주=돈을 아끼려고 무언가를 빼면 맛이 이상해져 뺄 수도 없어요. 주인 마음이 달라지면 손님들이 금방 알아차립니다.

▽식=부드럽게 익은 삼겹살과 오징어, 콩나물과 미나리의 궁합도 좋습니다.

▽주=오징어도 중요합니다. 한번은 수입 오징어를 썼다가 혼이 났습니다. 씹는 맛이 나지 않고 ‘맹탕맹탕’, 푸석푸석 하더군요.

▽식=깻잎, 김, 미나리를 넣어 볶은 밥도 별미네요. 반찬도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맛깔스럽습니다.

▽주=반찬 하나 그대로 가져오는 게 없어요. 직접 다듬고 양념을 해야 제 맛이 나죠. 손맛이 빠진 음식은 ‘죽은 음식’입니다. 1인분 6000원.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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