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락’(02-793-3634).
예닐곱 개의 테이블이 있고 메뉴판엔 청국장, 갈치조림, 만두, 황태구이, 오삼 불고기 등 다양한 음식이 적혀 있다.
가짓수가 많으면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 게 아닐까. 하지만 3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은자(58) 씨는 허투루 음식을 다루지 않는다. ‘세월의 숙성’을 거쳐 깔끔한 맛이 재료에 배어야 내놓는다. 특히 오삼 불고기 소스는 요리 전문가들조차 궁금해하는 특별한 맛이다.
○ 주인장의 말
오삼 불고기가 메뉴로 나온 지 10년쯤 됐습니다. 몇 년 걸려 자신이 생기면 메뉴를 추가하곤 했는데 오삼 불고기 소스는 마음에 차지 않아 좀 ‘징그럽게’ 고생했죠.
크게 밑간장과 육수, 고추기름 만들기, 숙성의 4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밑간장은 양파 마늘 생강 통후추를 넣고 양파가 뭉글뭉글해질 때까지 끓입니다. 여기에 진간장과 청주, 미림을 넣고 다시 끓여요. 그 다음으로 북어 머리에 양파, 대파를 넣어 육수를 우려냅니다.
우리 집 소스가 남다른 것은 고추기름을 직접 만들기 때문입니다. 갈아놓은 생강과 마늘, 고춧가루, 식용유를 넣고 끓이는데 반드시 잘 건조된 고춧가루를 써야 합니다. 청양 고추는 매운맛이 너무 강해 쓰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밑간장, 육수, 고추기름을 식힌 뒤 여기에 고춧가루, 간 마늘과 생강 약간, 양파, 설탕, 물엿, 소금을 섞어 냉장고(1∼2도)에서 1주일간 숙성시킵니다. 뜨거운 상태로 섞으면 매운맛이 달아나 버리기 때문에 식힌 상태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소스에서 중요한 것은 고춧가루와 소금입니다. 고춧가루는 봄에 씨를 안 뺀 것으로 1년간 쓸 것을 준비합니다. 수입 고추는 건조된 것을 써도 걸쭉한 맛이 나지 않아요. 소금은 부안에서 온 천일염을 씁니다. 6개월 이상 된 것을 써야 쓰거나 거친 맛이 나지 않습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그냥 쓸데없이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매운맛의 깔끔함이 인상적입니다. 그 맛도 금세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네요.
▽주인장=소스를 잘못 만들면 ‘지저분하게’ 맵습니다. 약간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운맛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중요합니다.
▽식=이렇게 소스를 만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나요.
▽주=돈을 아끼려고 무언가를 빼면 맛이 이상해져 뺄 수도 없어요. 주인 마음이 달라지면 손님들이 금방 알아차립니다.
▽식=부드럽게 익은 삼겹살과 오징어, 콩나물과 미나리의 궁합도 좋습니다.
▽주=오징어도 중요합니다. 한번은 수입 오징어를 썼다가 혼이 났습니다. 씹는 맛이 나지 않고 ‘맹탕맹탕’, 푸석푸석 하더군요.
▽식=깻잎, 김, 미나리를 넣어 볶은 밥도 별미네요. 반찬도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맛깔스럽습니다.
▽주=반찬 하나 그대로 가져오는 게 없어요. 직접 다듬고 양념을 해야 제 맛이 나죠. 손맛이 빠진 음식은 ‘죽은 음식’입니다. 1인분 6000원.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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