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단발, 그녀의 변신은 ‘히트’다

미니멀리즘의 강세에도 낭만적인 웨이브 스타일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제공 박승철 헤어스투디오

두 줄 머리띠의 인기를 몰고 온 이탈리아 디자이너 발렌티노의 2007년 봄여름 파리컬렉션.

《SBS 드라마 ‘마녀유희’의 여주인공 마유희(한가인)는 잘나가는 광고회사 대표지만 2%가 부족하다. ‘스타일’이 빠져 있다. 그래서 늘 남자들에게 퇴짜를 맞는다. 스타일 변신을 시도한 마유희의 첫 번째 선택은? 바로 머리 모양이다. 탤런트 한가인은 연기를 위해 오랫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화제를 모았다. 머리 모양은 옷과 다르다. 옷은 어울리지 않으면 다시 갈아입을 수 있지만 헤어스타일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바꿀 수 없다. 머리 모양은 사람의 인상도 좌우한다. 깊어 가는 봄, 스타일 변신을 원한다면 머리 모양에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승철 헤어스투디오 청담점의 서재선 부원장은 “요즘은 생머리라도 볼륨감을 중시한다”면서 “다양한 파마를 섞어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카리스마, 단발로 빛나다

최근 가장 돋보이는 머리 모양은 단연 단발이다. 1960년대 스타일이 인기를 얻으면서 당시 유행했던 단발머리가 각광받고 있는 것.

단발의 유행은 안방극장 스타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여우야’에서 자연스럽게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머리를 선보였던 고현정은 최근 드라마 ‘히트’에선 깔끔한 단발머리로 변신했다.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자른 한가인도 마찬가지. ‘문희’의 강수연, ‘달자의 봄’의 이혜영도 단발머리다.

단발 열풍은 스크린에서도 거세다. 영화배우 전도연은 ‘밀양’의 제작발표회에서 산뜻한 단발머리 스타일로 나타났다.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의 김혜수도 단발이다.

스타들은 어떤 파마로 멋진 단발을 연출했을까.

고현정의 머리를 맡았던 ‘고원헤어’의 이정우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앞, 옆머리와 뒷머리 파마를 다르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고현정 씨는 약간 곱슬머리라 앞과 옆머리는 깔끔하게 스트레이트 파마로 펴주고, 뒷부분은 롤스트레이트 파마로 볼륨감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우야’에서는 평범하고 털털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웨이브를 했지만 ‘히트’에선 여형사의 카리스마와 활동성을 드러내려고 단발을 시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도연의 1960년대 트위기 스타일 단발을 연출한 ‘이희 헤어&메이크업’의 이희 원장은 “긴 앞머리에 층을 낸 짧은 커트 스타일”이라며 “머리의 끝 부분은 경쾌하고 율동감 있도록 ‘텍스처 기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의 파마는 전체적으로 뿌리 볼륨을 많이 살려 주는 굵은 플럼퍼 파마.

○ 로맨틱한 웨이브 강세

“단발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세는 긴 웨이브입니다.”

박승철 헤어스투디오의 서재선 부원장은 “굵고 자연스러운 웨이브 머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라며 “머리에 층을 적게 내 무거운 느낌이 나는 헤어 커트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미니멀리즘이 유행해도 시폰, 레이스, 리본 등 여성스러운 디테일이 폭넓게 사랑받는다. 머리 모양도 깔끔하고 간결한 게 유행이라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겐 낭만적인 여성성을 강조하는 웨이브가 인기인 셈.

요즘은 자연스럽고 굵은 웨이브를 연출하기 위해 디지털파마나 전기세팅이 많이 쓰인다. 일반 웨이브 파마는 굵은 컬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르면 뽀글뽀글 말려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디지털파마는 마르면 마를수록 굵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가능해진다. 개개인의 머리카락 재질에 따라 온도를 맞출 수 있는 게 디지털파마의 특징.

생머리를 원한다면 예전의 완전 직선 매직 스트레이트는 잊어야 한다. 생머리도 약간의 볼륨감이 있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인기다. 서 부원장은 “매직을 해도 뿌리부터 중간 정도까지만 처리하고 머리 끝부분은 디지털파마를 해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 머리는 기존의 뾰족한 ‘베컴’ 머리에서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배우 강동원이 앞머리를 살짝 낸 것처럼 복고풍도 인기다. 중고교생 사이에는 삐죽삐죽 잘라내는 섀기 커트가 여전히 유행이라고 한다.

○ 머리띠 전성시대

이탈리아 디자이너 발렌티노가 한국에 들르면 기절초풍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파리컬렉션에서 선보인 빨강 두 줄로 된 머리띠가 서울 시내 길거리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기 때문. 값은 1000∼2000원 안팎.

올해는 발렌티노풍 머리띠를 비롯해 단발에 잘 어울리는 다양한 머리띠가 대거 선보였다. 복고풍 헤어장식도 늘었다. 영화 ‘팩토리 걸’의 시에나 밀러처럼 굵은 머리띠로 1960년대 스타일을 연출할 수도 있다.

겐조와 프라다가 제안한 터번 스타일 머리띠는 여름철이 다가오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