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93>久則難變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우리는 가끔 변화를 원한다. 지금의 세계가 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할 때, 혹은 더욱 많은 가치를 찾아 나서고 싶을 때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비록 변화된 이후의 세계가 이로운 것일지 아니면 이롭지 않은 것일지 모를지라도 우리는 변화에 대한 욕구를 버리지 못한다. 이는 변화가 가져올 역동성과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버리거나 바꾸어야 하며, 미래를 알 수 없는 길, 전혀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변화를 더디게 하거나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버리거나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久則難變(구즉난변)’이라는 말이 있다. ‘久’는 ‘오래되다’라는 뜻이다. ‘永久(영구)’는 ‘영원히 오래된’이라는 말이고, ‘未久(미구)’는 ‘오래지 않아’라는 말이다. ‘永’은 ‘영원하다’는 뜻이며, ‘未’는 ‘∼하지 않다’는 뜻이다. ‘則’은 ‘즉, 곧’이라는 뜻이다. ‘難’은 ‘어렵다’는 뜻이다. ‘難堪(난감)’은 ‘감내하기 어렵다’, 즉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며, ‘難忘(난망)’은 ‘잊기 어렵다’는 말이다. ‘堪’은 ‘견디다’라는 뜻이며, ‘忘’은 ‘잊다’는 뜻이다. 발음은 같지만 ‘難望(난망)’은 ‘기대하기 어렵다’이며, ‘難關(난관)’은 ‘어려운 관문’이라는 말이다. ‘望’은 ‘기대하다’이며, ‘關’은 ‘관문’이라는 뜻이다. ‘變’은 ‘변하다, 바꾸다’라는 뜻이다. ‘變革(변혁)’은 ‘변하여 바꾸다’라는 말이며, ‘變速(변속)’은 ‘속도를 바꾸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久則難變’은 ‘오래되면 곧 바꾸기 어렵다’라는 말이 된다. 습관이나 습성을 바꾸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오랫동안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해야할 때는 변해야 하고, 버릴 때가 되면 버려야 한다. 이것이 진화의 원리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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