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형/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24쪽·8500원·웅진주니어(4∼7세)
◇ 시간상자/데이비드 위즈너 글·그림/40쪽·9000원·시간상자(4세∼초등 저학년)
흥미롭고 따뜻하고 심각한 그림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그림책이 3권이나 돼 행복한 주말이다.
흥미로운 그림책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작가 박연철 씨를 2007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24∼27일)에서 선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이름을 올리게 해 준 고마운 작품.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의 등용문인 행사로 전 세계에서 85명이 뽑혔는데 한국에서는 박 씨 외에 동화 ‘길모퉁이 행운돼지’(다림)의 그림작가 김숙경 씨가 선정됐다.
이 책은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간다는 전설 속 망태 할아버지를 소재로 아이와 엄마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흥미롭게 그렸다.
망태 할아버지는 무섭다. 엄마 말에 따르면 망태 할아버지는 나쁜 아이를 잡아다 착한 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낸다. 등 뒤에 착하다는 표시 ‘○’ 도장을 찍어.
엄마는 아이가 거짓말한다고, 밥 안 먹는다고, 일찍 잠을 자지 않는다며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고 위협한다. 그렇지만 아이는 엄마가 거짓말하는 것을 10번도 넘게, 밥 안 먹는 것을 100번도 넘게, 일찍 잠자지 않는 것을 날마다 봤다.
어느 날 밤 망태 할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리지만 정작 망태 할아버지는 엄마를 잡아간다. 통쾌하냐고? 아니다, 아이는 그렇게 철없지 않다. 놀라 잠에서 깨니 엄마가 달려온다. 안심이다. 잠깐, 가만히 보니 엄마 등 뒤에 ‘○’ 도장이 찍혀 있다.
따뜻한 그림책 ‘우리 형’은 영국의 인기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2007년 최신작. 역시 따뜻한 가족 사랑을 소박한 글과 화사한 그림으로 묘사한다.
동생의 눈에 비친 형은 정말 대단해 동생은 끝없이 형의 멋진 모습을 늘어놓는다. 높이뛰기도 잘하고 환상적인 골도 잘 넣고 스케이트보드도 잘 타고 빨리 달릴 수도 있고 날 수도 있다. 책도 많이 읽고 얘기도 잘 지어내고 그림도 잘 그리고 풍선도 잘 분다. 형이 불량배에게 맞서고 고양이처럼 근사하니 그 동생이 어떻겠어? 멋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쪽수에 비해 책값이 비싼 것은 앤서니 브라운의 이름값인가? 다른 두 그림책과 비교하니 두드러진다.
심각한 그림책 ‘시간상자’는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의 2007년 칼데콧상 수상작. 칼데콧상은 미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상으로 위즈너는 벌써 세 번째 수상이다. 위즈너의 작품이 그렇듯이 ‘시간상자’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글씨는 없지만 생각거리를 많이 준다.
바닷가에서 소년은 수중카메라를 발견하고 필름을 꺼내 사진관에 맡긴다. 인화된 사진에서 보여 주는 바다 풍경은 상상의 세계다. 마지막 사진은 사진을 손에 든 아이의 사진인데 그 사진 안에 또 다른 사진을 든 아이의 사진이 계속 나타난다. 소년은 자신이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찍은 뒤 카메라를 다시 바다 속으로 던진다. ‘시간상자’는 또다시 여행을 계속한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