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결혼 당시 직업도 없고 돈이 없어 부모에게 결혼 자금을 빌려야 했다. 처갓집으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해 “딸이 원하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들어야 했고 결국 아내가 임신 9개월이 되었을 때야 작은 회사 사무원으로 들어갔다. 스스럼없이 아버지와 장인에게 돈을 요구했고 2주일분의 생활비를 받자 “대다수 이웃은 부자 아버지에게 지원을 받는다”며 격분했다. 부모 친구들의 돈을 잃었고 몇몇 가족의 돈을 날리기도 했다.
미국 금융계의 ‘슈퍼스타’, ‘전설적인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씨티그룹 샌디 웨일의 초창기 모습이다. 그의 삶은 전형적인 아메리칸드림이다. 무일푼으로 작은 증권거래소 말단 직원에서 시작한 그는 40년 만에 세계 최대의 그룹을 만들어냈다. 100여 개국에서 은행, 보험, 증권, 자산관리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금융기업인 씨티그룹은 2006년 말 기준 자산 1조8800억 달러, 당기순이익 215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책은 웨일 자신이 밝히는 성공 스토리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어떻게 세계 최고의 기업을 세우게 됐는지의 과정이 600여 쪽에 빼곡히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브랜드 탐욕’, ‘타인의 불안감 활용’으로 꼽는다. 그중 ‘브랜드 탐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다. 그는 자신의 회사인 ‘커머셜 크레디트’를 ‘프라이메리카’로, 다시 ‘트래블러스’로, 마지막으로 ‘씨티그룹’이란 브랜드로 바꿔 나갔다. 항상 자신의 기업보다 높은 인지도와 평판을 가진 기업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그는 “브랜드 인수를 통해 최고의 전문가들을 영입했고 강력한 기업을 건설하게 됐다”며 ‘브랜드 탐욕’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설파한다. 이러한 과정에 이용된 방법이 ‘타인의 불안감 활용’이다. 재무관리에 있어 보수적인 그는 무리한 투자를 피하고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선호했다. 경기가 불안정해져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유명 기업이 생기면 인수합병 대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는 대개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항상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메리카익스프레스사에 자신이 경영하던 시어슨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 아메리카익스프레스사의 브랜드 때문에 사장직을 조건으로 합병했으나 4년 후 그는 권력에서 밀려나 사장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는 이 합병 사례를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악의 실패로 꼽았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 밝히는 실패는 맛깔스러운 양념처럼 책의 재미를 더해 준다. 원제 ‘The real deal’(2006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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