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저자]영화로 법 풀어쓴 두 법학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그들만의 法… 가까이 더 가까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고 사회는 법의 그물망으로 촘촘히 짜여 있죠. 결국 영화는 법의 모순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김성돈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영화는 사회를 읽는 텍스트이고 사회는 법이라는 공적 약속으로 이뤄져 있어요. 둘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법의 권위가 존중되는 나라입니다.”(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영화야말로 법의 정신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말하는 두 법학자의 ‘영화 읽기’가 담긴 책들이 나왔다. 안 위원장의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와 김 교수의 ‘로스쿨의 영화들’이다. ‘법, 영화를…’은 안 위원장이 본보에 연재한 ‘법과 영화 사이’를 모은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을 향해 날다’(2001년)의 개정판이다.

두 법학자가 법을 영화로 읽어낸 이유는 같다. 법의 대중화다. “많은 국민이 법을 알고 참여할수록 민주주의가 성숙”(안 위원장)되며 “소수의 전공자만 보는 법 논문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법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김 교수)는 것.

두 법학자가 영화로 법을 읽어낸 방식은 다르다. 김 교수는 법과 직접 상관없을 듯한 최신 한국 영화부터 할리우드 영화까지 넘나들었다. 그는 일관되게 법의 해석(법실증주의)보다는 ‘마땅히 필요한 법’으로의 진화(자연법주의)가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다원화된 사회에선 법이 다양한 가치를 ‘다른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영화 ‘사마리아’를 통해 성매매특별법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성매매는 정당과 부당이라는 이분법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최후 수단인 형법은 도덕교육과 성매매 여성에 대한 복지정책이 먼저 이뤄진 다음에 적용해야죠. 돈과 품이 들지 않는다고 가장 쉽지만 해결은 어려운 특별법부터 택한 것은 잘못입니다.”

안 위원장은 주로 미국의 법정영화 등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과 개인의 권리 보장, 소수자 인권, 국민의 사법 참여 등 진정한 법 정신을 살폈다. “미국은 사법참여제도 덕분에 법 인식 수준이 높습니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보세요. 배심원제도가 참여와 토론을 통해 민주주의에 이르는 교육의 장임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이 인권과 다원주의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법학자는 닮았다. “법이 보호해야 할 인권에는 마침표가 없어요. 국가로부터 자유를 제한당하지 않는 자유권은 많이 개선됐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요구하는 사회권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안 위원장) “바늘이 떨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것이죠. 우리네 삶이 변하듯 법 역시 모습을 바꿔 가야 합니다.”(김 교수)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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