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자신의 저서 역사철학강의에서 “인도에는 역사가 없다”고 단언했다. 카를 마르크스도 “인도는 시간의 이빨 속에서 식물처럼 성장했고 역사라 부르는 것은 ‘계속적인 침입자의 기록’”이라고 폄훼했다.
신화와 시로 자신들의 운명을 구전시킨, 그래서 역사가 없는 인도인들은 야만인인가? 저자는 답한다. “아니다”라고. 알렉산드로스, 스키타이, 페르시아, 흉노, 튀르크, 영국 등 외부의 약탈과 침략으로 얼룩진 역사는 인도인들에게는 교훈보다는 짐이었고, 망각하고픈 상처다. 그래서 저자는 “잊기 위해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도는 ‘천의 얼굴’을 가진 땅이다. 황금과 후추, 영적 진리, 자유가 이방인들의 가슴을 달뜨게 했다. 그리고 인도로 뛰어들어 자신만이 추구했던 각자의 ‘황금’을 좇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도사 박사이자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를 쓴 저자는 알렉산드로스부터 바스코 다 가마, 현장 법사와 혜초, 비틀스와 히피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이유로 ‘인도에 미친’ 역사적 인물들을 추적한다. 그리고 이방인들이 외면했던,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왜곡돼 온 인도의 진짜 역사를 인도인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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