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 교수의 그림 읽기]무서운 화요일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이상한 화요일’ 그림=데이비드 위즈너, 비룡소 펴냄
‘이상한 화요일’ 그림=데이비드 위즈너, 비룡소 펴냄
화요일 오후, 8시쯤. 어느 숲 속의 인적이 없는 늪.

물 위에 넘어져 있는 거대한 나무 등걸 위로 기어 올라온 거북이.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입을 딱딱 벌립니다. 그 옆에는 가만히 떠 있는 연꽃 한 송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허공에는 곳곳에 비행접시 같은 커다란 연잎 위에 녹색 얼룩무늬의 개구리가 한 마리씩 올라앉아 있습니다.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커다란 두 눈. 늪가의 나뭇가지들과 수초가 가볍게 흔들립니다.

만월을 배경으로 컴컴한 전봇대와 전선 위에 미동도 않고 앉아 있는 검은 새들. 독수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듭니다. 야전군복 같은 무늬의 거대한 개구리들이 여기저기 연잎을 타고 하늘에 떠서 마을 이 집 저 집의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밤 11시 21분. 실내용 가운을 헐렁하게 입은 중년 남자가 주방의 식탁 앞에 혼자 나와 앉아 우유 한 컵을 놓고 토스트를 입으로 가져가다가 돌연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입니다. 창밖에서 연잎에 올라앉은 개구리들이 집안을 들여다봅니다. 커튼이 흔들 하고 움직입니다. 빨랫줄에 널려 있던 큰 시트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서 허공에 떠 있던 개구리를 덮칩니다. 개구리 한 마리가 빨랫줄에 매달립니다.

안락의자에 혼자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안경 쓴 할머니의 고개가 약간 앞으로 기웁니다. 늦은 밤 침묵이 깊어지면서 졸음에 빠진 할머니 주위의 허공에서도 연잎에 올라앉은 개구리들의 고개가 낮아집니다.

새벽 4시 38분. 정원의 나무들이 어둑하게 늘어서 있는데 입을 크게 벌린 사냥개와 연잎 위에 올라 탄 개구리들이 어디론가 한쪽 방향으로 마구 달립니다. 바다에 뜬 거대한 전함들의 선단인 양 사납게. 광풍에 나뭇가지가 휘고 연잎이 뒤집혀 날리고 혼비백산한 개구리들이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경찰차가 도착하고 무전기로 연락하는 경찰관들의 긴장된 표정. 중절모를 젖혀 쓴 형사가 땅 위에 떨어져 널린 연잎들을 집어 들고 유심히 관찰합니다. 경찰견이 땅바닥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오후 7시 58분. 집은 어둠에 잠겨 있습니다. 지붕 위 하늘에는 여러 마리의 돼지가 무서운 눈을 하고 둥둥 떠 있습니다.

4월 17일 화요일 저녁, 데이비드 위즈너의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책 ‘이상한 화요일’을 읽다가 돌연 버지니아의 초현실주의적인 총격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림책 속 개구리들의 큰 눈에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맹목에 대한 연민과 그 이름 모를 광기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김화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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