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역사를 다룬 대개의 책들이 1200여 년에 걸친 서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그린 반면 이 책은 로물루스가 개국한 시점부터 로마제국의 멸망, 르네상스 시대, 19세기 이탈리아의 통일을 거쳐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로마 시(市)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사람들이 도시 로마와 로마제국의 역사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지만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로마 시의 역사는 1500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로마는 더는 ‘세계의 머리(카푸트 문디)’는 아니었지만 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영원한 도시 로마는 영혼을 지닌 존재”라고 표현한 것처럼 르네상스의 찬란한 미술, 19세기 세계를 강타한 민족주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파시즘, 1960년대 영화 산업 등 끊임없이 그 존재를 인식시켰다. 저자는 로마는 ‘과거’에 묻힌 도시가 아니며 그 안에 항상 지속적인 변화를 이뤄 내는 생생한 움직임에 주목해 보라고 권한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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